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마지막 카드로 거론된 ‘보유세 인상’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그동안 수차례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강남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신중론을 견지했던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마저 보유세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과거 ‘강남 집값과의 전쟁’을 선언했던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 부총리는 16일 “(부동산) 보유세를 올리자는 (주장의) 측면에 충분한 타당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보유세와 거래세를 비교하면 보유세가 거래세보다 낮은 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애초 김 부총리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보유세 인상에 부정적이었으나 연말 ‘2018년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통해 보유세 조정 방침을 공식화한 바 있다.
김 부총리는 또 “강남 4구의 6억 원 이상 고가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원인은 투기적 수요가 가장 크다”며 “강남 4구 등 투기 지역에 대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같은 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땅’보다 ‘땀’이 보상받는 사회가 우리가 갈 방향”이라며 보유세 강화와 임대차 제도 개선 등 ‘지대(地代) 개혁’을 강조했다. 추 대표는 지난해 11월 관련 토론회를 열어 보유세 강화 논의에 불을 댕긴 바 있다.
추 대표는 “종부세를 강화하는 한편 초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향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며 “조만간 당 차원의 구체적인 지대 개혁 로드맵과 세제 및 임대차 개혁 방안을 마련해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보유세 인상 추진에 불을 붙인 것은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강남 4구의 집값 상승률은 서울 평균 상승률의 2.4배를 기록하고 있다.지방 집값은 하락세인데 강남 4구에선 일부 재건축 단지가 3.3㎡당 가격이 1억 원 수준까지 오르는 등 과열 분위기가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특정 지역에 대한 ‘핀셋 증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종부세나 재산세를 올리면 부동산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다른 지역에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 안정에 있어서 원칙은 지역별 맞춤형”이라며 “특정 지역을 타깃으로 하는 것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는 분석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