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17일 다급하게 이동통신 3사와 휴대폰 제조사 CEO들을 불러모았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단통법에 대한 해결책을 어떻게든 강구해보려는 의도였을 것입니다. 법 시행 이후 보름 만에 두 통신 수장이 직접 나선걸 보면 마음이 상당히 다급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날 최 장관, 최 위원장은 물론 5명의 CEO들은 바쁜 시간을 내 오전 7시부터 1시간 40분 가량 회의를 진행했지만 사실 '특단의 대책'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보조금 상향, 단말기 가격 인하 등 구체적인 방안은 물론 분리공시 등 고시안에 대한 내용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는 결국 이통사와 제조사의 입장이 달라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당장 먹고 살 일이 문제가 돼 버린 중소상인 피해대책에 대해서는 각 사의 입장이 너무 틀려 추후에 대책을 내놓겠다고 합니다.
결국 간담회 이후에는 하나같이 예상가능한 대답을 늘어놓거나 말을 아꼈습니다.
우선 최 장관, 최 위원장은 "현안과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충분히 소통했으며 앞으로 단통법 안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예상 가능한 말만 되풀이하며 두루뭉술하게 넘어갔습니다. 각 사 의견이 조율되지 않다 보니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는 힘들었겠지요.
바쁜 시간을 내 어려운 걸음 한 CEO들도 회피하기 바빴습니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보조금 상향 등 계획에 대해 "무슨말을 하겠나, 그저 정부가 답변할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으며, 황창규 KT 회장 대신 참석한 남규택 마케팅 부문장(부사장)은 "얘기 잘 나눴다"는 한마디만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여러 가지를 깊이 고민하고 있다. 현재 단통법 문제에 대한 여러가지 오해와 진실이 있다"며 그나마 가장 많은 말들을 해줬지만 기자들이 원하는 답변은 역시나 없었습니다. 요금 인하 계획에 대해서는 "생각은 해보겠지만 글쎄…"라는 애매한 답변만 줬기 때문입니다.
삼성 역시 불편한 심기를 내보였습니다. 간담회 결과에 대해 "소비자 후생을 논의했다"고는 했지만, 단말기 출고가에 대해 언급이 되자 이 사실에 대해 적극 해명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은 "한국만 단말기가 비싸다고 하지만 사실 다른 국가와 차이가 없다”며 “제품 특성상 관세가 없기 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했습니다. 그가 주장하는 바는 출고가보다 얼마에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겠지요.
역시나 분리공시제도에 대해서도 "분리공시제가 시행된다고 해서 문제가 안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부정적 속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들의 자리는 단통법에 대한 대안을 내놓기 위한 자리가 아닌 이통사와 제조사 간 입장차만 확인한 자리가 돼 버렸습니다. 오죽했으면 앞으로 이런 자리를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기업측에서 나왔겠습니까.
게다가 긴급 간담회 개최는 두 통신 수장이 해결 방안을 강구하려는 의도였겠지만 결국은 법 시행 2주 만에 법이 잘못됐다고 스스로 인정하며 그 책임을 기업들에게 돌리는 격이 돼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동사와 제조사가 각각 빠른 시간 내에 대안을 내놓겠다고는 하지만 정말 믿어도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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