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만큼 소문과 트렌드에 민감한 분야도 없다. 주식은 말 그대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중요한 척도다. 주식을 알면 그 기업의 가치와 미래 등을 한 번에 알 수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상장사는 코스닥에 상장된 에이스하이텍으로 조사됐다. 한국거래소가 1월 20일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해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에이스하이텍으로 2012년 말 517원에서 지난해 연말 2110원으로 308.12%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에이스하이텍 교토바이오파마 인수
에이스하이텍은 전자부품 제조업체다. 반도체 및 LCD 장비부품 제조, OLED 커버글래스 식각 등의 전자부품 생산업체다. 2010년 하반기부터 신규사업으로 반도체 세라믹 및 IT단말기기(GPS 단말기 등) 제조 사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사업 트렌드 변화함 함께 최근 바이오산업으로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에이스하이텍은 지난 1월말 일본 바이오업체 교토바이오파마(KBP)를 인수했다. 지분 100%와 경영권을 인수했다. KBP는 일본 바이오벤처기업으로 2000년대 초 설립된 일본 아리젠제약이 전신이다. 반도체·액정표시장치(LCD) 장비 및 장비부품을 제조하던 업체가 단숨에 바이오 사업 기반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수퍼항생제 시장 도전
에이스하이텍은 경영권 인수 계약으로 교토바이오파마가 보유하고 있는 신약후보물질(WAP-8294A2, WAP-1, aRP/LG710, aRP/LG52)의 소유권과 라이선스도 함께 획득하게 됐다.
10여년의 개발기간을 거친 슈퍼항생제(WAP8294A2)를 포함해 황반변성치료제(LG525), 생리불순치료제(LG710) 등의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다.
특히 슈퍼항생제는 슈퍼박테리아 메타실린 내성 포도상구균(MRSA)을 비롯한 반코마이신 내성 황성포도상구균(VRSA)를 치료할 수 있는 슈퍼항생제로서, 현존하는 최고의 항생제로 일컬어지는 반코마이신보다 약 10~30배의 강력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기존 항생제와 화학적 구조가 달라 교차 내성이 없다. 아울러 기존 항생제가 12시간에서 24시간 후에 효력을 발휘하는 것과 달리 30분 이내에 효력을 발휘해 빠르고 효과적으로 슈퍼박테리아 치료가 가능하다. 이 슈퍼항생제는 이미 국내 유수 제약사와 라이선싱 아웃이 되어 있는 상태다.
반코마이신은 인류가 개발한 항생제 가운데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진 슈퍼항생제다. 세계적으로 슈퍼항생제 중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으나, 부작용도 많다. 슈퍼항생제로는 반코마이신외에 자이복스, 큐비신 등이 있다.
또한 생리불순치료제는 현재 시장에 유통되는 진통제 중 생리불순에 대한 치료를 하는 유일한 약물이다. 이미 일본에서 환자를 통해 임상실험에서 뛰어나 효능을 검증 받았고 국내 유수제약사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황색포도상구균 치료제 로티립신
에이스하이텍의 투자는 지난 17일 교토바이오파마가 개발 중인 슈퍼박테리아 치료제 로티립신(KBP-1404)의 연구 결과를 감염증치료제학회(ICAAC)에서 발표하는 쾌거를 거뒀다. ICAAC는 미국 미생물학회 주최로 열리는 감염증 치료제 분야에서 저명한 학회다. 올해는 워싱턴DC에서 개최됐다.
KBP의 발표 제목은 '메티실린에 저항성을 지닌 황색포도구균을 대상으로 한 로티립신의 약력학·약동학적 효과'였다. KBP는 이번 발표를 통해 로티립신 생체 외 실험에서 kg당 0.04~0.3mg의 작은 용량에서도 강력한 항균 효과가 관찰됐고, 이를 통해 인체 임상의 예측 가능한 약력학·약동학적 지표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논문은 다국적 제약사에 효과적인 신약개발의 방향을 제시하는 약물 동태학·약물역학(PK-PD) 전문 연구기관인 ICPD와 함께 진행된다.
교토바이오파마 대표인 겐스케 도코로는 "우리는 로티립신의 약력학·약동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이 물질이 매우 안전함을 확인했고, 이로써 후속 연구 동력을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로티립신은 새로운 황색포도상구균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로티립신은 70년의 항생제 개발역사에서 반코마이신 이래 3번째로 임상에 오른 천연 항생제 신약 후보물질이다. 현재 성공적으로 인체 임상에 진입해 미국에서 임상1b상을 진행 중에 있다. 이 물질의 한국 시장 권리는 2011년 기술이전을 통해 녹십자가 가지고 있다.
에이스하이텍은 교토바이오파마 지분 인수이후 2015년 하반기 글로벌 판매 라이센스를 획득, 2016년 상반기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치료제 시장 규모 약 5조원
슈퍼박테리아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5조원 규모로 매년 성장 추세에 있다.
지난 3월에는 수원지법이 슈퍼박테리아 감염 사망환자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담당의사의 무죄를 선고했다. 슈퍼박테리아 감염에 대해서는 의사들도 손 쓸 수 없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할 만큼 아직도 정복되지 않은 의과학계 불모지다.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높은 슈퍼박테리아 2010년 일본에서 연쇄 감염으로 9명이 숨졌고 2011년 유럽에서 채소 등을 먹은 수십여명이 슈퍼박테리아로 사망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매년 2만여명 이상이 슈퍼박테리아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으로 5조원 이상의 시장규모가 예상되고 있지만 슈퍼박테리아 치료제 개발은 아직까지 초기 단계다.
최근 국내 연구진의 슈퍼박테리아 치료제 개발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에이즈 치료제 분야에 세계적인 권위자인 한인 과학자 최우백 박사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설립한 폽신테시스는 올해 초 세계 처음으로 슈퍼박테리아 치료제를 상용화했다. 최박사가 개발에 성공한 슈퍼박테리아 치료제는 기존 항생제로 치료할 수 없는 그램음성 세균에 탁월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병원에서 감염되는 폐렴과 요로감염, 피부감염 등에 효능이 있고 2차 감염에도 상당한 치료효과가 있다.
최박사는 1998년 에이즈치료제 `트루바다` 개발 주역으로 글로벌 제약사 머크에서 일하다가 2000년 이수화학의 투자를 받아 미국 애틀랜타에 폽신테시스를 설립했다. 이수화학은 현재 폽신테시스 지분 19.03%를 보유하고 있다.
이수화학은 폽신테시스 이외에도 이수앱지스 지분 48%를 보유하고 있다. 이수앱지스는 현재 독일 머크와 바이오시밀러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수화학 지분투자 바이오 기업들이 작년과 올해 연이어 글로벌 빅파마들과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법정 슈퍼박테리아를 현재 1개에서 오는 12월 6개로 추가 지정할 예정이다. 현재 관리 대상으로 지정된 반코마이신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이외에 일본에서 사망자가 발생된 아시네토박터균과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등 5개 세균을 오는 12월에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해 관리할 계획이다.
중견 탤런트 박주아씨와 팝의 황제 마이클잭슨 등도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돼 사망했다. 미국 통계자료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균, 즉 슈퍼박테리아 감염의 진단, 치료 등으로 소요되는 의료 비용과 사회적 손실은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슈퍼박테리아 감염에 따른 사망환자는 연간 에이즈 사망하는 보다 많다.
우리나라 항생제 사용량 OECD 최고 수준
지난 7월에는 국내에서도 슈퍼박테리아보다 내성이 더 강해 어떤 항생제를 써도 듣지 않는 폐렴구균이 처음 발견되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미 지난 5월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가장 강력한 항생제마저 무용지물로 만드는 치명적인 다재약제 내성 세균, 일명 '슈퍼박테리아'가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재원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병원 내 슈퍼박테리아(다재내성균) 감염 신고 현황'자료에 따르면, 2011년 2만2천928건에서 2012년 4만4천174건, 2013년 8만955건, 2014년 6월말 현재 4만1천883건으로, 최근 4년간 감염건수가 3.7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가 남용되면서 항생제가 듣지 않는 이른바 슈퍼박테리아는 더욱 강력해지고 있고,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항생제 사용량이 최고 수준이어서 슈퍼박테리아의 근거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양승조 의원에 따르면 병원들의 항생제 처방량은 2008년 26.9DDD(성인 인구 1000명당 의약품 일일 소비량)에서 2012년 28.4DDD로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방량 증가와 동시에 항생제 내성균 내성률이 늘었다. 5종의 항생제 내성균 중 2010년 일본 병원에서 집단감염을 일으켜 9명을 숨지게 한 ‘이미페넴 내성 아시네토박터’ 내성률이 모든 병원에서 증가했다. 병원별로 보면 종합병원은 37.9%에서 69.5%, 병원은 26.5%에서 59.3%, 개인의원은 6.6%에서 48.1%, 요양병원은 39.3%에서 68.4%로 증가했다. 병원과 요양병원은 2배 가량, 의원은 7배 이상 늘었다.
노인환자가 장기간 머무는 요양병원은 4종류의 항생제 내성균 내성률이 모두 다른 병원에 비해 높았다. 메티실린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은 종합병원보다 20% 이상 높았으며,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은 13.4%, 세폭시틴 내성 폐렴막대균은 12.1%, 이미페넴내성 녹농균은 13% 높았다.
강력한 항생제에도 듣지 않는 ‘수퍼박테리아’인 다제내성균 의료감염병 신고도 2011년 2만2915건에서 2013년 8만944건으로 3.5배 늘었다. 반코마이신내성장알균(VRE)감염증은 9.3배, 메티실린내성황색포도상구균(MRSA)감염증은 47.6배, 다제내성녹농균(MRPA) 감염증은 1.3배, 다제내성아시토박터바우마니균(MRAB)감염증은 1.7배,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CRE)감염증은 3배 증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병원들에서도 병원 내 감염을 감소시킬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또한 항생제 내성의 변화 추이와 신종 항생제내성균의 출현을 신속하게 감시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도 구축돼 있지 않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에이스하이텍 장석수 대표는 “현 제조업에 한계를 실감하고 새로운 신사업에 도전하기 위하여 비정공분야인 바이오사업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에이스하이텍(주)는 바이오 전문 기업이 아니며, 전통적인 제조업체이므로 제3자의 시각으로 본다면 엉뚱해 보일 수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역량있는 바이오전문 인력들을 섭외하였으며, 이미 상당부분 연구성과를 내고있는 기업(KBP)을 인수하였기 때문에 현재 미국에서 진행중인 임상(1상)이 끝난다면 충분히 바이오기업으로써의 이미지를 확실히 굳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이 신약개발에 확신을 갖고 임하고 있으며, 또한 조만간(6개월 이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리라 생각합니다. 그시점이 되면 사명변경 등 본격적인 바이오기업으로의 전환을 알리고, 에이스하이텍(주)이 국내에 몇 안되는 신약개발업체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