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열차사고 예방을 위해 수백억원을 들여 설치한 자동제어장치(ATP)가 잦은 불량으로 사고 예방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이 코레일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9월 말 현재 코레일이 운영하는 열차에는 총 413대의 자동제어장치가 설치돼 있다. 차종별로는 일반열차와 고속열차(KTX)에 각각 321대와 92대씩이다.
자동제어장치는 열차가 신호를 어기고 출발하면 이를 감지해 경보를 울리고 나서 자동으로 열차를 멈추게 하는 장비다. 코레일은 지난 2003년부터 운행 중인 열차에 이 장비를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일반열차에 400억원, 고속열차에 84억원 등 484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문제는 실제 열차 운행시 오작동 등을 이유로 장치를 끄고 운행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달까지 5년 9개월간 ATP 기능을 차단한 채 열차를 운행한 경우가 7161차례에 달했다.
자동제어장치를 꺼두고 열차를 운행하는 횟수는 △2009년 1296건 △2010년 1094건 △2011년 1232건 △2012년 1335건 △2013년 1436건으로 증가 추세다. 지난해 8월 대구역에서 발생한 열차 충돌사고 당시 이 장치가 꺼져 있어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올해에도 자동제어장치를 끈 채 열차를 768회나 운행한 것으로 집계돼 개선되지 못했다.
비싼 돈을 들여 마련한 장비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제작불량이 3722건으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취급미숙 971건, 검수불량 219건, 기타와 원인불명도 1331건과 868건이 있었다. 김 의원은 “철저한 원인분석을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