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삼성그룹,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전날 저녁 서울 이태원동에 있는 ‘승지원(承志園)’에서 중국·일본의 주요 금융사 사장들을 초청해 만찬을 했다.
승지원은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생전에 살던 한옥을 영빈관으로 개조한 곳이다. 이 회장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등 해외 귀빈을 만날 때 승지원을 주로 이용했다. 아울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출근하지 않는 날 집무를 보거나 경영진과 중요한 회의 장소로 활용했다.
재계는 이 회장이 지난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장기 입원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승지원 만찬을 주재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큰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승지원 만찬을 주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글로벌 인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다. 쉬는 날을 반납하면서까지 미국 등 글로벌 IT업계 리더들과 잇따른 만남을 갖고 있다. 특히 지난 7월에는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코 미디어 컨퍼런스’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지 불과 2주 만에 또 다시 미국으로 향했다. 이 부회장은 이 출장을 통해 애플과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소송을 철회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방한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직접 회동해 양사 간 긴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삼성화재 소수 지분 인수를 추진하면서 본격적인 지배구조 조정도 나서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 측은 금융감독 당국에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 인수와 관련한 법적 검토를 요청했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이 올해 6월 말 기준 보유하던 삼성자산운용 지분 7.7%를 삼성생명에 넘겨 252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을 0.1%씩 취득하기 위해 금융당국에 승인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은 삼성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ㆍ삼성전기ㆍ삼성SDI→제일모직’ 등으로 구성돼 있다.
6월 말 현재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 회장(20.76%)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 삼성화재에 대해 취득하려는 지분은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최대주주와의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