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대책, 전셋값 폭등 부작용도 우려
한국은행이 지난 8월과 10월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해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2% 초반 밑으로 떨어진 이후 가을 이사철까지 겹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세금을 은행에 맡겨 봐야 손에 쥘 수 있는 이자 수익률은 연 2.1∼2.3% 수준이다. 전세보증금 3억원을 은행 정기 예금에 맡겨도 이자는 많아야 월 57만원 수준이다. 따라서 집주인 입장에서는 떨어진 금리만큼 재계약 시 전세보증을 늘릴 수밖에 없다.
현재 전세 대신 월세나 반전세를 원하는 집주인이 늘어 가을 이사철 전세 매물의 품귀 현상까지 겹치면서 전세금은 더욱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KB국민은행이 매주 집계하는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를 보면 2012년 10월 셋째주 98.7이었던 전세지수는 2년 뒤인 지난달 20일 111.9로 13.4% 올랐다. 예컨대 전세보증금이 3억원인 경우 다음 재계약 시 보증금이 평균 4000만원 오른 셈이다.
이처럼 계약 갱신 기간마다 오르는 전세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전세 세입자들은 은행 전세대출에 기대야 한다.
3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6개 국민주택기금 수탁은행(우리·국민·신한·하나·농협·기업)의 은행재원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15조8000억원이다. 지난해 말 대출 잔액 11조8000억원보다 4조원(약 34%) 늘어난 규모다.
전(全) 은행 및 기금 대출은 지난해 말 28조원에서 올해 8월 말 33조원으로 늘었고, 올해 말에는 약 3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비싼 전세값에 빚을 늘리는 ‘렌트 푸어’가 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늘어난 전세보증금을 빚으로 충당하는 대신 월세로 대신 지급하는 반전세 세입자도 늘고 있다.
반전세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추가로 낸 세입자보다 실질적 가계 부담이 더 큰 상황이다. 전월세전환율이 은행 대출금리보다 높기 때문이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 재계약 시점에 전세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바꿀 때 적용되는 전환 비율을 말한다. 가령 전세보증금을 7000만원 올리는 대신 월세 40만원을 내기로 했다면 전월세전환율은 연 6.86%(40만원÷7000만원×12개월)가 된다.
3분기 서울 시내 보증부전세(반전세) 주택의 평균 전월세전환율은 연 7.2%로, 연 3∼4% 수준인 은행 전세자금 대출금리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집주인도 전세보증금을 올려 은행에 맡기는 것보다 월세로 전환하는 수익이 더 크다 보니 월세를 낀 반전세를 제외한 순수 전세 매물은 부동산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초저금리가 전세수익 감소로 이어지게 하고 이는 또 반전세·월세 전환에 영향을 주면서 전세 감소가 나타나고 전셋값 상승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난 8월과 10월 단행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해 내년에도 전세금 상승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내년 서초·강남이나 강동 지구의 재건축 사업장이 본격적으로 이주를 시작하면 전세난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아울러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전월세대책이 전셋값 폭등의 부작용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반전세·월세로의 전환을 막을 수는 없더라도 서민 고통 완화를 위해 정부가 속도조절과 완충 장치 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