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지만 그만큼 얻은 게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염경엽 넥센 감독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친 뒤 아쉬움의 눈물을 쏟으며 밝힌 소감이다.
넥센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삼성과의 경기에서 1-11로 완패했다. 서건창, 박병호, 강정호, 밴헤켄 등 정규리그 MVP가 즐비한 ‘영웅 군단’도 경험부족이라는 벽은 넘지 못했다. 5, 6차전에서 넥센의 약점은 여실히 드러났다.
5차전 9회말 2아웃까지 1-0으로 리드를 쥐고 있던 넥센은 최형우의 끝내기 안타로 고개를 떨궜다.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친 넥센 선수들의 충격은 컸던 것 같다. 다음날 열린 6차전에서 삼성에 완전히 압도당했다. 오재영, 조상우, 김대우, 한현희는 삼성 타선에 휘둘리며 난타당했고, 중심타선은 침묵했다. 쉽사리 볼 수 없는 실책이 줄을 이었다. 3회 오재영, 6회 박병호의 수비 실책은 곧바로 대량 실점으로 이어졌다. 강정호도 평소답지 않게 평범한 땅볼을 놓쳤다. 반면 삼성은 지난해 1승3패로 뒤지다 막판 3연승을 거두며 우승 트로피를 든 기억을 갖고 있기에 지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시리즈를 이어오며 가을야구의 마지막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염경엽 감독의 3선발 카드도 실패했다. 정규리그 기간 불을 뿜은 타선을 고려한 전략이었지만, 단기전에서는 먹히지 않았다. 기대했던 방망이는 침묵했고 6차전에서 4일 휴식 후 등판한 오재영, 연 이틀 등판한 조상우는 힘이 빠진 모습이었다. 반면 5일 휴식 후 등판한 삼성 윤성환의 어깨는 싱싱했다.
2014년 11월 11일. 넥센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쳤지만 경험이라는 ‘가을 DNA’를 얻었다. 3년 만에 리그 최하위에서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일궈낸 히어로즈의 2015년 가을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