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세대의 세금부담으로 돌아오는 악성 채무인 적자성 채무가 지난 10년간 4.2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년간 만성적인 세수부족,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 복지수요 증가 등으로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진 까닭이다. 대응자산이 없어 국민의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지만 사실상 별다른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적자성 채무 지난 2003년 60조1000억원에서 작년 253조1000억원으로 지난 10년새 4.2배 증가했다. 이 기간 적자성 채무 연평균 증가율은 19.7%로, 전체 국가채무 증가율(14%)를 5%포인트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적자성 채무는 금융성 채무와 달리 융자금이나 외화자산 등과 같은 대응 자산이 없어 상환 시 세금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하기에 결국 미래 세대가 원금에 이자까지 갚아야 한다.
적자성 채무 중 공적자금 국채전환분은 30% 남짓을 차지할 뿐 나머지는 세입이 세출에 미치지 못해 발생하는 일반회계 적자 보전분이다. 정부가 세입 부족분을 메우고자 적자보전용 국채 발행량을 크게 늘리면서 국민이 세금으로 부담해야 할 악성 채무가 해마다 급증했던 것이다.
정부는 적자국채 발행규모가 올해 27조 7000억원에서 내년 33조1000억원, 2016년 37조6000억원까지 늘어나다가 2017년 31조1000억원, 2018년 23조5000억원으로 줄어들 수 있도록 관리한다는 구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2016년 이후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 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하는 등 재정기조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입장은 당분간 일반회계 적자보전분을 갚아나갈 계획도 별다른 대책도 없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사실상 다음 정권에서나 건전재정 기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도 된다. 정부가 내세우는 대안인 페이고(Pay-go) 원칙 도입과 유사·중복사업 및 비과세·감면 정비 등은 여전히 현실적인 난관에 부딪혀 큰 실효성을 거두고 있지 못하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적자성 채무 급증은 수요에 따른 지출 증가와 고령화로 인한 세수 감수 등 구조적인 원인이 크게 작용한다”며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처럼 독립적인 재정정책위원회를 만들어 재정규율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