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 70% 중간·자본재…중국 경기부양땐 수요 많아져
중국 인민은행은 22일부터 1년 만기 대출 기준금리를 0.4%포인트 내린 5.6%로, 1년 만기 예금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2.75%로 각각 인하한다고 21일 밝혔다. 그동안 금융권 채권을 사들이며 ‘미니 양적완화’를 추진해 오던 유럽중앙은행(ECB)도 본격적으로 국채를 사들이는 전면적 양적완화를 앞두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유럽금융회의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극히 낮다고 우려하며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일본 역시 아베노믹스로 대변되는 부양책을 쓰고 있다.
세계 4대 경제권 중 미국을 제외한 3대 주요 경제권의 잇따른 통화완화가 우리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이번 금리인하로 연착륙에 성공할 경우 세계 경제는 물론 한국 경제에 전반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다만 환율 갈등이 심화돼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까지는 중국의 수출 증가는 한국 수출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금리 인하로 위안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수출이 개선되면 대중(對中) 수출의 약 70%가 중간재와 자본재인 한국의 수출도 함께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중국의 금리 인하는 세계 경제에도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져 한국 경제의 대외 여건을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전날 유럽 주요국 증시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 중앙은행 총재의 양적완화 확대 시사 발언에 더해 중국 금리 인하 효과를 반영, 2~3%씩 상승했다. 미국 증시도 상승세를 보였다.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실물 경제 차원의 영향과 별개로 세계 주요국 통화정책의 ‘탈동조화’(decoupling)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외환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달러화 가치 대비 위안화 가치 상승을 막는 의도가 중국의 금리 인하에 담겼다는 분석도 나온다”며 “이는 미국의 출구전략과 맞물려 변동성 확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통화 약세 흐름에 대응하는 방법은 사실상 금리정책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미 두 차례에 걸친 금리 인하를 단행한 상황이어서 사실상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한국은 두 차례 금리 인하로 충분하며, 이제 중요한 것은 추가 인하보다 금리 인하의 효과가 투자와 소비로 잘 이어지도록 경제 구조를 개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