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김장·취약계층 실버택배 등 사회 구성원에 긍정 바이러스 전파… 中企·자영업자와 사업모델 발굴도
작년 연말 이 행사는 월드기네스 인증을 받았다. 야쿠르트아줌마와 임직원 1300여명, 각계각층(시민봉사자·미스코리아·슈퍼모델·장병·주한외국인 등)의 서울시민 1300여명 등 총 2600여명이 한 날 한 장소에서 김장을 담가 월드기네스 인증을 획득한 것이다.
이 엄청난 양의 김장 담그기 행사는 부산의 야쿠르트아줌마 이서원(67)씨의 아이디어로 처음 시작됐다. 이씨의 야쿠르트 영업 구역은 어르신이 많이 거주하는 부산 남구의 한 주택지역. 야쿠르트를 배달하며 외롭게 홀로 사는 노인들이 자꾸 눈에 들어와 집에서 담근 김치를 카트에 싣고 다니며 조금씩 나눠주기 시작했다. 이씨는 “김치를 조금 드렸는데도 어르신들이 어찌나 고마워하는지 제가 더 고마운 마음이 들더라구요”라면서 김장봉사를 부산지점에 제안했다.
2001년 첫해, 부산지점 영업점에서 20여명의 야쿠르트아줌마들이 함께 모여 김치를 담갔고 이렇게 시작된 김장 나누기는 매년 이어져 2004년부터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 6개 주요 도시로 김장나누기 행사가 확산됐다.
한국야쿠르트는 이달 14일 서울광장에서 12만 포기김치를 버무렸다. 현장에서 만난 이씨는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나가면 먼저 웃어주는 고객 덕분에 용기가 생기더라구요. 조금씩 제 주변을 돌아보게 되고 불우한 고객들의 아픔에 공감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기업의 따뜻한 사회 만들기는 김장봉사나 연탄 배달 등으로 그치지 않는다. 이제 기업들은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까지 영역을 넓혔다. 기업과 사회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업모델 발굴에 나서 중소기업이나 농가, 자영업자, 사회소외층 등을 지원하면서 자생력을 키워주는 역할까지 맡은 것이다.
고되기로 유명한 택배 업무에 백발의 노인들을 고용한 사업이 가장 좋은 예다. CJ그룹계열 CJ대한통운이 시작한 ‘실버택배’ 사업인데, 노인들의 호응이 크다. 하루 4~5시간 택배를 나르면 한 달에 50여만원을 받는다. 아파트나 택배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는 전통시장이 그들의 주요 무대다. 아파트에선 단지 입구에 내려준 물건을 노인 택배기사가 문앞까지 옮기는 일이다. 현재까지 360여명의 노인들이 실버택배 기사를 하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경제적 취약계층인 노인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택배 현장의 부족한 인력도 충당할 수 있어 윈-윈이 되고 있다”며 “CJ대한통운은 실버택배 사업을 통해 2016년까지 시니어 일자리 1000개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CJ그룹은 실버택배 사업으로 올해 한국경영학회가 선정하는 CSV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05년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 비욘드의 판매 수익금 일부를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환경부가 지정한 246종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 복원사업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환경을 지키는 사업에 참여하여 연매출 1000억원대의 성장을 이뤄내며 고객이 인정하는 지속가능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대부분의 기업들이 CSR(기업의 사회적책임)와 CSV를 병행하며 따뜻한 사회 만들기에 동참하고 있다. 봉사는 기업의 일상적인 사회공헌 활동이 됐고, 점차 영역을 넓히며 기업이 속한 사회와 구성원들의 삶에 긍정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다. 재계 1위 삼성은 현재 30개 계열사에서 자원봉사센터 112곳, 자원봉사팀 4226개를 운영 중이다. 해외에서도 지역 총괄법인 10곳을 중심으로 85개 국가에서 지역 맞춤형 사회공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대한민국 기업들이 따뜻한 세상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CSR, CSV 활동이 사랑으로 전파되는 바로 그 현장을 찾아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