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블랙슈트에 나비넥타이, 그리고 지휘봉을 들고 근엄하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으며 A오케스트라를 이끌던 주인공 한승오(백서빈). KBS 월화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에서 주원과 자신의 오케스트라 운명을 걸고 맞대결을 펼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백서빈은 신인임에도 남다른 지휘실력과 감정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에 관심 받았다. 짧은 등장에도 존재감을 톡톡히 발휘한 그는 누구일까. 신인배우 백서빈을 만나 그의 배우 이야기를 들어봤다.
“촬영분을 기다리면서 ‘내일도 칸타빌레’ 본방사수를 하고 있다. 작품 자체가 기대작이었다. ‘노다메 칸타빌레’를 봤고, 한국판으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하고 싶었다. 감독님과 미팅을 보고 오디션의 기회가 주어졌다.”
작품 캐스팅단계부터 출연배우 오디션에 대해 엄격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던 작품인만큼 백서빈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소 과장된 캐릭터의 모습과 열정적 지휘를 완벽히 소화해야하기에 부담감도 컸을 법하다.
“기대작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었고, 영광스러웠다. 캐스팅 된 이후에는 클래식과 친해지는 것이 급선무였다. 음악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연주할 음악과 지휘자 관련 서적을 찾아봤다. 그리고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호흡하며 연주하는 장면도 촬영해야하기에 8월부터 사전레슨도 받았다.”
연기에 대한 그의 열정과 노력덕분일까. 그는 감독이 원하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고, 상대역 주원과의 대비되는 분위기의 연기 포인트를 잘 잡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짧은 신이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저 배우는 누구일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캐릭터가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그 장면을 찍을 때 마냥 떨렸다. 중요한 신이라 부담도 됐다. ‘내일도 칸타빌레’에서 기승전결 중 기에 해당하는 부분이었다. A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출연하는 실제 오케스트라 단원 한분이 ‘지휘자 정말 매력있죠?”라고 말을 건넸다. 단원들과 호흡하면서 교감되고 짜릿한 순간이 많았다. 실제 유학파 오케스트라 단원분들이 초보인 저를 바라보면서 연주하시는데, 연기의 매력과 희열을 느꼈다. 내가 언제 지휘자로 단상에 서서 오케스트라를 이끌겠느냐.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실제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호흡하며 환상의 케미를 선보인 백서빈, 스스로 그는 자신의 지휘모습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10점 만점에 8점? 지휘를 하면서 음악에 충실해 연주를 느껴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니 생각지 못했던 제스처들이 그려지더라. 당시 촬영분은 연주를 망치는 표정과 감정선을 표현해야 했다. 망치고 싶은 부분을 일일이 계산해서 연기했더라면 더 어색했을 것이다. 음악과 상황적 분위기가 자연스레 어우러지면서 연습했던 부분과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나 스스로 놀랐다.”
반면 욕심이 큰 작품이었던 만큼 아쉬움도 따른다. 그는 러브라인에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본래 캐릭터는 주원의 옛여인인 채도경(김유미)과 러브라인이 있었다. 음악적으로 뿐만 아니라 애정선에서도 자극을 받고 시기하는 캐릭터였는데 작품에서 그려지지 못했다. ‘도경과 러브라인이 좀 더 있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백서빈은 알고보면 배우 집안에서 자라 영화 프로듀서를 꿈꾸던 청년이었다. 아버지 백윤식과 형 백도빈이 활발한 연기활동을 펼치는 동안 그는 영화 프로듀서가 되고자 유학을 가기위해 포트폴리오를 준비했고 그 과정에서 단편영화 세편을 만들었다.
“2005년에 ‘액자’ ‘2500’ ‘어바웃미’ 등 단편영화 세 작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촬영을 해야하는데 배우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당시 친구가 ‘네가 글을 쓰고 캐릭터 설정을 했으니 표현하는데 있어 네가 연기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의 상상 속에 있던 것을 글로 썼고 몸소 표현해 영상에 담아냈다. 그걸 보니 재미가 있더라. 연기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고 하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연극무대 공연에 서보고 싶었다. 때마침 운이 좋게 연극영화과 복수전공을 하게 됐고, 연기를 배우면서 그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는 28세라는 늦은 나이에 혹독한 연습생 시간을 거쳐 2011년 ‘뿌리깊은 나무’로 본격적인 연기활동을 시작했다. 연습생 시절 그는 월말평가를 치르고 트레이닝을 받으며 배우가 되기 위해 한계단씩 올랐다. 백윤식과 백도빈의 그늘을 벗어나고자 더욱 노력하고 열심히 꿈을 향해 달렸다.
“배우 집안이기에 따르는 득과 실이 있다. 내가 일을 하면 형이나 아버지의 이름이 먼저 거론된다. 이 연결고리는 내가 배우로서 풀어나가야 한다. 보통배우가 갖기 않는 숙제다. 동기부여가 되고 더 열심히 해야겠지만 누구의 아들, 누구의 동생이라는 수식어는 내가 극복해나가야 할 몫이다.”
그렇다면 득은 무엇일까.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같은 분야의 일을 하고 있기에 굳이 말을 하지않아도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는 부분이 있다.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나의 심리상태나 업무환경, 나의 처지 등을 알아준다. 내가 배우로 일하는데 정신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백서빈은 인간적인 배우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했다. ‘참 인간적이야’라는 말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힐링되는 느낌을 받는다는 그는 대중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드러내고자 연기공부를 하고 또 노력한다. 단 2회 남은 ‘내일도 칸타빌레’에서 그는 어떤 모습으로 또 한번 시청자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작품에 마침표를 찍을까. 앞으로의 모습이 더 기대되는 배우 백서빈은 ‘내일도 칸타빌레’를 잘 마무리 한 뒤 다른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인사할 것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