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캠프 ‘공신’들 금융권공기업 임원으로 자리 챙겨…朴 대통령 모교 서강대 출신 금융인 ‘서금회’도 급부상
“금융권은 그야말로 보은인사의 천국이다.”
최근 주요 금융기관장 자리를 둘러싸고 정치권 내정설이 고개를 들자 금융권 인사들이 답답한 터에 내뱉는 푸념이다. 지난 3분기까지만 해도 세월호 참사 이후 금융권 경영진에 관피아(관료+마피아) 출신 인사가 크게 줄어든 반면 민간 출신 전문가의 약진이 두드려졌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보이지 않는 외부 입김이 크게 줄었다”는 등의 자평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후 금융권 임원자리에 정피아(정치권+마피아) 인사 임명이 이어지고,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를 중심으로 신(新)관치 논란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무엇보다 현 정부 초반 비교적 수면 아래 잠들어 있던 정치권과 서금회 중심의 인사들이 금융권 요직을 차지하면서 과거 관행이 다시 노골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관치(官治)금융이 청치(靑治)금융으로 전환됐다는 지적에서다.
통상 대부분의 금융권 고위직은 3년 안팎의 임기를 보장받는다. 이에 현 시점이 집권 3년차에 접어든 정부의 타임 스케줄과 맞물려 보은 인사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분석이 앞선다. 금융당국 역시 일부 인사 선임에서 내정설을 부인하지 않으며 자율의 탈을 쓴 무늬만 민간인 신관치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
우리 금융권을 지배했던 관피아의 퇴조 현상은 지난해 초 행정고시 8회로 관피아의 대부 격인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산은금융지주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교수 출신인 홍기택 회장이 취임하면서 본격화했다. 올해 들어서는 연임이 예상됐던 윤용로(행시 21회) 외환은행장이 물러나고 은행 내부 출신인 김한조 행장이 그 뒤를 이었다. 수출입은행도 김용환(23회) 행장이 물러난 후 21년 만에 민간 출신인 이덕훈 행장이 취임했다.
반면 지난해 말 금융권 인사에서는 금융연구원 출신 인재들이 잇따라 요직에 발탁되면서 키피아(KIF·금융연구원) 시대가 열렸다는 평까지 나왔다. 대표적으로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등이 금융연구원 출신들이다. 앞서 최흥식 하나금융지주 사장,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 등도 각 분야에 진출해 조직을 이끌고 있었다.
이는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배제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주요 금융기관 수장에 민간 출신들이 속속 임명되는 사례로 이어졌다. 급기야 4대 금융지주와 국책은행장, 4대 금융협회장 등을 모두 민간 출신이 차지하면서 금융권에서 관피아가 사라지는 계기가 됐다. 직전 은행연합회장, 생보협회장, 손보협회장이 관료 출신 일색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민간 출신 금융협회장 시대 개막은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무늬만 민간일 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내정된 인사들이 요직을 꿰차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진행된 은행연합회장과 우리은행장 선출 과정에선 내정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여기에서는 금융당국 고위인사가 특정 인사를 유력 후보라고 지칭한 점이 확산되면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또한 최고경영자(CEO)와 달리 주목을 덜 받는 금융권 임원 자리에는 이미 정피아 인사들의 낙하산이 은밀하게 진행됐다. 앞서 선임된 공명재 수출입은행 감사와 정수경 우리은행 감사, 이수룡 기업은행 감사 등 다수 금융사 및 공기업의 감사들은 모두 새누리당 또는 박 대통령의 대선캠프에 몸을 담았던 친정권 인사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한편 현재 차기 행장 선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은행을 중심으로는 서금회의 관치 논란이 한창 진행 중이다. 서강대 출신이 급부상하면서 청치금융이 아니냐는 얘기마저 흘러나온다. 우리은행의 경우 정부가 대주주인 만큼 정치권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할 것이라는 의구심에 일각에서 제기한 특정 후보 내정설은 이미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현 정권 들어 서강대 출신인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정연대 코스콤 사장 등이 금융권 CEO 자리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서강대 출신인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사장 자리를 꿰찬 데 이어, 이순우 현 행장의 연임이 유력했던 우리은행장 후보로 서강대 출신인 이광구 부행장이 급부상하면서 논란을 더 키우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