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이 입점 납품업체에 할인행사를 강요하는 등 ‘갑’의 횡포를 부려 과징금을 부과받은 조치는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7부(민중기 부장판사)는 롯데쇼핑(롯데백화점)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롯데백화점이 2012년 1∼5월 35개 납품업체들에 매출 자료를 요구해 경쟁 백화점에 비해 자사의 ‘매출대비율’이 낮을 경우 판촉행사를 요구하거나 경쟁사에서 판촉행사를 못하게 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업체에는 마진 인상, 매장 이동 등 불이익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공정위가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45억원을 부과하자 롯데 측은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공정위의 이런 조치가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는 백화점업계 1위의 대규모유통업자이며 비협조적인 납품업자에 대해 페널티를 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고 실제로 페널티를 부여한 사례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가 납품업자들에게 매출 자료를 요구한 행위는 공정거래의 기반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가 납품업자들로부터 경쟁 백화점에서의 매출 자료를 제공받아 자사의 매출대비율을 관리하게 되면 납품업자들로서는 각 백화점별로 비슷한 행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고, 이는 각 백화점 간의 경쟁을 감소시켜 소비자 후생을 저해할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롯데 측은 일부 직원이 개인적 업무 편의에 의해 요구한 것이지 회사 차원이 아니고 반박했으나, 재판부에 이 같은 해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롯데백화점의 내부 회의 자료를 살펴보면 대표이사가 “회장님께서도 매출에서 경쟁사에 이기고 대비율을 개선하라고 지시하셨다”고 강조하는 등 경쟁사 대비 매출 관리를 수차례 지시한 내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직원 인사평가 자료에는 같은 업계 매출대비율(5점 만점)을 따져 경쟁사 S사에 이길 경우 3점, H사에 이길 경우 2점을 주는 것으로 기재돼 있다.
이런 점을 들어 재판부는 롯데백화점 직원이 납품업체에 매출 자료를 요구한 행위가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행해진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가 이전에도 납품업자들의 매출 자료를 이용해 판촉행사 참여 등을 강요한 행위 등으로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고 이후로도 매출대비율을 계속 관리한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춰 볼 때 과징금 납부명령이 아닌 다른 시정조치로 제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