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유통·물류 손잡고 장벽 허물어…자체 시스템 구축도
물건을 파는 유통회사와 배달을 하는 물류회사, 대금을 결제하는 금융회사가 서비스를 통합하고 있다. 한국 제품을 싹쓸이 하는 해외 직구족을 잡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이종업체 간 컨버전스(융합)도 불사한다. 대표적 아날로그 산업인 유통과 물류가 금융과 만나 디지털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변화는 산업구조까지 바꿔놓고 있다. 직구족 때문에 유통사의 대중국 수출은 시들해지는 반면 국내 경기 부진에도 오히려 내수 판매는 늘어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도 주요 판매처로 해외 직구족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수출을 중요한 수출 통로로 키우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무너지는 금융-유통-물류 장벽 = 요즘 대세는 산업의 컨버전스다. 소비시장의 주류로 떠오른 직구족을 잡기 위해서다. 빠르게 모바일 결제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ICT(정보통신기술) 회사들이 컨버전스의 선두에 섰다. ICT 회사들은 결제회사를 내세워 물류시장에까지 뛰어들고 있다. 유통사는 결제업체와 손을 잡으려 사활을 걸고 있다. 결제회사가 소비자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롯데면세점이다. 국내 대표 유통사인 롯데면세점은 최근 중국 최대 모바일 결제업체인 알리페이와 손을 잡았다. 알리페이는 중국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다. 알리바바의 결제 자회사로 요우커(중국 관광객)의 주요 결제 수단이다.
국내 대표 온라인 결제업체인 KG이니시스는 물류사업에까지 손대고 있다. KG이니시스는 물류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물류업체 팍트라인터내셔널을 이달 초 인수했다. 팍트라인터내셔널은 세계 13개 국가에 총 25개의 자체 네트워크 물류기지를 운영하는 회사다. KG이니시스는 앞서 흡수 합병한 택배업체 옐로우캡과 팍트라인터내셔널과의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이를 통해 원스톱 직구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자체적으로 결제 및 물류시스템 구축에 나선 곳도 있다. 현대백화점은 현재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 은련카드, 알리페이, 페이팔과 같은 글로벌 결제업체와 제휴했다. 전 세계 직구족을 잡기 위한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전 세계 50개국에 배송이 가능한 물류시스템도 구축했다. 현대백화점은 영어와 중국어를 포함한 26개 언어로 상품 설명도 제공하고 있다. 현대홈쇼핑 한광영 H몰사업부장은 “국경 없는 무한경쟁 시대에 맞춰 글로벌관을 오픈하게 됐다”며 “백화점 상품 판매, 관세 선납 등 특화된 서비스로 역직구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부진에도 내수 판매는 ‘고고씽’ = 요즘 소비재 판매 회사들은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수출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데 반해 경기 부진에도 오히려 내수판매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 해외 직구족들이 선호하는 화장품, 식품류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 3분기 국내 판매액은 3조56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00억원 이상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출액은 1930억원으로 27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화장품이 공식 수출 루트보다는 한국 내 직접구매나 역직구로 구매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농심의 대 중국 라면 수출은 15억원 증가했으나 국내 판매량은 360억원 늘었다. 농심 관계자는 “국내 내수 소비와 글로벌 경기가 동반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 판매액이 큰 신장세를 이룬 것은 중국으로 역직구가 한몫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역직구 1위 폼목인 화장품과 향수, 의류는 반도체, 자동차와 같은 기존 주력 수출품에 이어 주력 수출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직구족들을 대상으로 물건을 파는 G마켓 글로벌샵(영문, 중문)의 매출은 지난 2011년 111%, 2012년 72%, 2013년 121% 가량 성장했다. 산업구조의 변화가 잇따르고 있는 셈이다.
정부도 직구족 잡기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2400만달러(한화 약 264억원)였던 온라인 수출을 오는 2017년까지 3억달러(3297억원)대로 확대키로 했다. 역직구를 수출 통로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이관섭 차관은 “전자상거래를 통해 전세계를 우리 기업의 판매시장으로 삼고 내년에는 직구보다 역직구가 더 커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국경 간 전자상거래를 기회의 장으로 삼아줄 것”을 당부했다.
김동호 비트허브 기자 kdhbh98@bithu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