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스타트업 직토가 미국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통해 일반 투자자들에게서 40여일간 16만4000달러를 투자받았다. 웨어러블 기기 ‘아키밴드’를 본 미국 개인투자자 822명은 제품이 아닌 아이디어만 보고 ‘티끌모아 태산’을 완성했다. 직토는 투자받은 자금으로 내년 4월께 제품을 정식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이같은 크라우드펀딩 사례가 왜 국내서는 아직 없을까. 크라우드펀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법안에 있다. 지난해 6월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1년 이상 국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22일 ‘2015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내년 크라우드펀딩 제도시행을 위한 법령 정비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크라우드펀딩이란 벤처기업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여러 사람이 조금씩 자금을 모으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초기 스타트업에 있어 단비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국내에는 현재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금이 없어 시제품 개발조차 못하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이 많다. 이들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작하기 때문에 엔젤투자나 벤처캐피털,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 등에 대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이 활성화하면 수많은 스타트업이 창업하기 전 아이디어를 통해 투자를 받을 수 있어 자금 문제 해결에 숨통이 트일 것이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크라우드펀딩의 가장 큰 단점은 투자자 보호에 있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자금이 모인 뒤 해당 금액으로 진행한 사업이 실패했을 때 손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이 된다. 과거에도 ‘네티즌펀드’라는 이름으로 투자가 진행됐다가 손실을 기록하자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시장에서 사라진 바 있다.
벤처업계에서도 법안 통과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은 지난달 12일 정홍원 국무총리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크라우드펀딩은 부작용도 있지만 관점을 바꿔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건의한 바 있다. 단점만 생각하고 법안 통과를 미루는 국회와 활성화를 외치는 벤처업계 사이에서 스타트업들은 지금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 배고픈 곳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