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희 중앙대 교수
한란은 난초과에 속하는 우리나라 자생란 중 한 종이다. 겨울철 얼음 속에서 꽃이 핀다하여 ‘한란’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우리나라의 제주도에 자생하지만 세계적으로 일본의 남부지역 및 중국 중남부에도 드물게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꽃의 향기와 잎의 단아함은 제주도 한란이 가장 유명하다. 제주도 한란은 사람들의 무분별한 채취와 개체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노루에 의해 한때 멸종단계에 이르기도 하였다. 종 보호를 위해 1967년 7월에 천연기념물 191호로 지정되었다. 식물 종 자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한란이 처음이다. 또한 환경부에서 멸종위기야생식물 1급으로 지정하여 엄정하게 보호하고 있다.
난초과 식물은 극지대를 제외한 거의 전세계 대륙에 고루 분포한다. 식물학적으로는 외떡잎식물에 속하며 약 730속 2만5000종 이상에 이르는 속씨식물 가운데 가장 큰 과의 하나이다. 난초과 식물은 식물계 가운데 가장 진화된 식물군이며 대부분이 자원식물로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난초과 식물은 꽃이 아름답거나 향기가 좋아 관상식물로 재배되는 종이 많다. 또한 종에 따라서는 천마(天麻)와 같이 약용으로 이용하거나 고급 향료로 이용되는 종도 있다. 우리가 좋아하는 빵이나 과자에 많이 사용되는 바닐라향도 역시 난초과 식물(Vanilla planifolia)에서 얻어진다. 워낙 종류가 많은 난초과 식물은 형태적, 생태적, 자생지 특성 등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구분된다. 동양란, 서양란과 같이 자생지 혹은 개발된 국가에 따라 구분되는 인위적인 분류방법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또한 땅에서 자라는 지생란(地生蘭)과 나무 등걸이나 바위에 붙어서 자라는 착생란(着生蘭)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단경성(單莖性) 및 복경성(複莖性)과 같이 난의 형태적인 특성에 의해 구분하는 방법도 있다.
환경조건이 다양한 한반도에는 많은 종류의 난초과 식물이 자생한다. 우리나라 자생란은 백두산에서 한라산에 이르기까지 전국적으로 41속 80여 종이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란이나 광릉요강꽃과 같은 지생란 종류를 비롯하여 석곡, 지네발란, 금자란, 콩짜개란 등과 같은 희귀한 착생란도 많이 자생하고 있다. 자란과 같이 성질이 강건해 정원에 식재할 수 있는 종도 있으며 복주머니란, 새우난초, 풍란, 보춘화 등과 같이 화분식물로 개발할 수 있는 종도 많다. 높이 50cm 이상 자라는 손바닥난초는 절화용 소재로 개발하여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종이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나라의 식물자원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가치가 나타난다. 국제적으로 관상용 난초과 식물의 재배와 유통은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세계 난 시장 규모는 연간 15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며 매년 그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우리나라에서도 재배종 난에 대해서는 육종과 재배, 유통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나 정작 우리 고유의 자생란 개발은 뒷전에 밀려있다. 곧 생물자원이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인정받는 시기가 다가온다. 우리 고유의 자생란을 적극 보전하고 한발 더 나아가 경제적인 가치를 지닌 상품으로 개발해 세계에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