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충현 정치경제부 기자
하지만 그뿐이다. 이번 감사로 대한항공과 유착된 공무원(속칭 ‘칼피아’) 실체가 확인됐지만 국토부는 뿌리깊은 유착관계를 파헤치기보다 사태를 서둘러 봉합하려는 눈치다. 이미 검찰에 구속된 대한항공 출신 계약직 직원인 김모 항공안전감독관을 중징계하는 것 말고는 특별한 조치가 보이지 않는다. 국토부는 특별감사에서 김 조사관과 대한항공의 과거 유착관계는 전혀 조사하지 않았다. 자체 감사를 통해 밝혀진 것만 봐도 사건조사가 여러 면에서 엉터리였음이 드러났지만 국토부는 “현 시점에서 재조사는 부적절하고 추가조사 여부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야 할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잘못이 있지만 더 들춰내지 않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서 장관은 대국민 사과문에서 “항공감독관 중 1인이 대한항공과 유착됐다”고 말했다. 특별히 ‘1인’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국토부의 잘못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일탈이 사건의 원인이라는 식이다. 국토부가 적당한 꼬리자르기로 사건을 일단락지으려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이번 사건을 보면 지난 4월 온 국민을 슬픔에 빠뜨렸던 세월호 참사가 떠오른다. 세월호 참사의 이면에는 해양수산부와 해운업계의 유착으로 부실해진 감독체계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국토부가 이번 사건에서 뼈저린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내년 초 내놓기로 한 재발방지 대책만큼은 진정성 있는 반성이 담기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