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반기 신흥시장 매출 증가율 7.5% 그쳐…가격은 높이고 기능성은 강화
프록터앤드갬블(P&G)과 유니레버 등 다국적 소비재 기업이 신흥시장 공략 전략을 바꾸고 있다.
이들 업체는 신흥시장의 성장 둔화에 대응하고자 저가 일변도의 기존 마케팅 대신에 ‘고기능ㆍ고가’라는 선진국 대응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지난 수십년간 P&G와 유니레버의 신흥시장 공략법은 단순했다. 제품에 들어가는 기능을 단순화하거나 분량을 줄이면서 가격은 낮췄다. 즉 소득이 낮은 신흥국 소비자들에게 가격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둔화 역풍에 신흥시장 성장세가 한계에 다다르면서 소비재 업체들이 전략을 바꿀 필요성이 커졌다.
유니레버의 지난해 1~9월 신흥시장 매출 증가율은 6.2%로, 전년 동기의 8.8%에서 하락했다. 이는 2013년 이전 신흥시장 매출 증가율이 두자릿수였던 것과 대조된다.
시장조사업체 칸타르월드패널은 지난해 상반기 신흥시장 소비재 매출 증가율이 7.5%로, 전년 동기의 8.8%에서 둔화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83억 달러(약 9조1600억원)의 매출이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라고 칸타르는 추산했다.
이에 업계는 저가 일변도 대신에 선진국에서 적용하는 기능과 가격을 동시에 높이는 전략을 채택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브라질이 경기침체에 빠진 상태지만 유니레버는 지난해 3분기 현지에서의 가격을 평균 3% 올렸다. 인도네시아 가격 상승률은 5%였다. 인도에 대해서는 얼마나 상승했는지 언급하는 것을 피했다. 그러나 한 인도 여성은 자신이 애용하는 유니레버 샴푸 가격이 기존 16루피에서 최근 24루피로 올랐다고 전했다.
가격 인상과 함께 기능 향상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니레버는 최근 브라질에서 OMO 액상세탁 세제를 출시했다. 이 세제는 기존의 세탁파우더보다 가격이 30% 비싸지만 세탁 한 번 할 때마다 들어가는 비용을 따지면 저렴하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또 고가의 트레제메 샴푸에 대한 온라인 광고 캠페인을 벌인 결과 페이스북에서 수백만개의 ‘좋아요’를 얻기도 했다. 인도에서는 손 세정 비누 라이프부이의 고급화된 핸드워시 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제품은 바른 후 10초 뒤에 색상이 변해 손 세정이 제대로 됐다는 것을 표시해준다.
유니레버의 최대 라이벌인 P&G도 비슷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P&G는 인도에서 일회용 면도기 대신에 안전 기능이 들어간 질레트 제품을 사용하자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콜게이트-파몰리브는 중국에서 차맛이 가미된 구강청정제를 판매하고 있으며 독일 헨켈은 중동에서 고가지만 베일을 많이 쓰는 중동인의 사정을 고려한 샴푸, 검은 옷 세탁에 더 적합한 세제 등 현지인의 생활습관과 적합한 제품 홍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