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권 상근감사들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되면서 또 다시 정피아(정치인+마피아) 잔치가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회사 상근감사 자리는 최고경영자(CEO)에 이은 2인자이지만 특별한 자격요건이 없어 그동안 정치권의 전리품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을 비롯해 외환ㆍ 대구ㆍ전북은행과 현대해상, LIG손해보험, 코리안리 등 금융회사의 상근감사 임기가 올해 대거 만료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금융감독원 출신으로 일부는 지난 2009년 감사로 선임된 후 2012년 연임에 성공하는 등 자리 독점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관피아 배제 분위기에 금융회사 감사 자리에 신규 인력 진입이 제한되면서 이들 감사에 대한 연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 관료출신 감사들의 재임기간이 길어지면서 유착관계를 우려해 이들 감사에 대한 연임 불가 입장을 전달했다. 실제 지난해 세월호 사태 이후 금융회사 감사자리에 신규 인력 공급이 차단되자 기존 관료 출신 감사들이 쉽게 연임하는 등 재임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피감기관인 금융회사간의 유착관계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에 지난해 우리ㆍ기업은행 사례처럼 정치 권력을 등에 업은 인사들이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바람을 타고 어부지리로 이들 금융회사 감사자리에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금융권 요직에 내려앉은 정치권 인물은 CEO 7명, 감사 12명, 사외이사·비상임이사 28명 등 47명에 달한다.
문제는 정권 하반기로 갈수록 금융기관의 2인자로서 CEO와 함께 최대 수백조원의 금융자산을 감독하는 책임을 나눠 맡는 감사 자리에 정피아 인사 내정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우리은행 감사에는 2012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정수경 변호사가 최근 선임됐다.
자산관리공사(캠코) 정송학 감사를 비롯해 수출입은행 공명재, 한국거래소 권영상, 경남은행 박판도, 기술보증기금 박대해, IBK캐피탈 양종오, 캠코선박 정상옥, 서울보증보험 조동회, SGI신용정보 박정웅 9개 기관 감사도 유사한 사례다. 이들은 금융권 경력이 없어 정치권 보은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편 지난해 말부터 시행중인 '금융 지배구조 모범규준'에는 상근감사에 대한 자격 기준은 없어 앞으로 낙하산을 사전에 차단할 장치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 모범규준에는 상근감사에 대한 자격 기준에 대한 언급은 없고, 감사위원 중 1인 이상은 회계 또는 재무 전문가여야 한다는 규정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