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상거래 공룡을 넘어 정보기술(IT)계 공룡이 되고 있는 아마존이 거물급 인사를 영입했다.
기술자도 개발자도 아니다. 바로 영화만 40여년 만들어 온 우디 알렌 감독이 주인공이다. 아마존은 13일(현지시간) 우디 알렌 감독과 스트리밍으로 서비스될 TV 시리즈를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알렌 감독은 각본을 쓰고 연출도 맡게 되는데, TV물을 제작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79세인 알렌 감독은 “나도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 모르겠다"면서 "아직 아무 생각이 없고 언제 시작할 지도 확실치 않다”고 밝혔다.
아마존 스튜디오의 로이 프라이스 부사장은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 온 알렌 감독과 일을 하게 돼 떨린다”며 “언제나 알렌 감독의 작품 안에 나오는 인물들이 TV에서도 잘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왔다”고 말했고, 알렌 감독은 이에 대해 “내 생각엔 프라이스 부사장은 이 계약을 후회할 것 같다”고 농담했다.
아마존은 넷플릭스나 훌루 등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 그리고 HBO 등 이 시장까지 발을 넓히고 있는 기존의 TV 방송국들과의 불꽃튀는 경쟁에 나서고 있고 알렌 감독의 영입은 가장 표면적으로는 콘텐츠 강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보면 된다.
아마존에서 자체 제작되는 TV 프로그램은 아마존의 ‘프라임 인스턴트 비디오 서비스(Prime Instant Video Service)’를 통해 미국과 영국, 독일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연간 99달러를 내고 프라임 회원이 되면 이틀 안에 아마존 사이트에서 구매한 물품을 무료로 받을 수 있으며 이렇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아마존은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강화를 통해 소매 유통 사업을 더 견고히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마존의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이 마침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난 11일 아마존이 제작한 자체 코미디 시리즈물 ‘트랜스페어런트(Transparent)’가 골든 글러브에서 TV 코미디 부문 최고상을 수상한 것. 스트리밍 서비스로 방영되는 코미디가 이 부문에서 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지난해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여주인공이 골든 글러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올해는 같은 작품의 남자 주인공 케빈 스페이시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알렌 감독이 제작할 시리즈물의 제목은 정해지지 않았다. 정해진 것은 내년에 서비스될 것이며 30분짜리 풀 시즌으로 간다는 것뿐. 아마존은 그동안 제작 계약을 할 때 단발로 해 왔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본 뒤에 시리즈로 갈 지 여부를 정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알렌 감독과는 `믿고 가는` 걸로 계약을 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시리즈 제작을 해 온 편. 최근에도 `마르코 폴로` 시즌2와 다른 코미디물에 대한 제작 계획도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아마존의 스트리밍 서비스 전략이 기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5년 전 자체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를 만들었지만 잘 알려진 연출자나 배우, 작가와 손잡으려고 하진 않았던 입장을 바꿨고,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반응을 본 뒤에야 시리즈 제작을 했던 관행도 바꾸고 있다는 것.
미디어 전문가인 조영신 박사도 같은 분석이다. “스트리밍 서비스 업계의 경쟁이 격해지다 보니 알렌 같은 거장을 영입하려는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면서 “미디어 산업 현장의 양극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훌루의 경우 스티븐 킹의 명성을 빌린다. 스티븐 킹의 베스트 셀러 소설 <11/22/63>에 기반을 둔 동명의 드라마 시리즈물을 제작키로 했다.
아마존이 대형 계약을 성사시킨 반면 NBC와 넷플릭스가 준비했던 프로젝트는 넘어졌다.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빌 코스비와의 프로젝트를 취소한 것.
피보탈 리서치의 미디어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와이저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아마존에게는 공식이 있다. 그들은 무엇을 팔아야 할 것인지를 안다”면서 “아마존은 아마도 (콘텐츠로 인해)어떤 고객들을 이끄는 동시에 다른 고객들이 기분 상하지 않도록 하려는 측면에서 많은 고려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