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등교제의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시교육청은 토론회 등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을 거쳤다. 시교육청은 학생과 학부모, 학교가 9시 등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줬고, 많은 배려를 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교육청의 지속적인 의견 청취는 9시 등교를 전면 시행하기 위해 모양새를 갖추려는 노력이었던 것 같다. 애초에 ‘9시 등교 시행’이란 전제를 두고 모든 과정이 이뤄졌으니 말이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9시 등교를 ‘지시’하면서 진통을 겪은 것을 본 조 교육감은 ‘선택’으로 포장하는 기술을 익혔다.
물론 의도적인 공감대 확산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다. 시교육청이 실시한 9시 등교 희망학교 조사에서는 초등학교 상당수만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고, 중·고등학교의 동감은 극히 미미했다.
초등학교는 9시 등교로 바뀌어도 20~30분 정도의 차이라 상대적으로 혼란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저항감이 낮은 편이다. 그러나 중·고등학교는 학부모와 교사는 물론, 학생들조차 9시 등교에 대해 별반 호의적이지 않은 반응이다. 특히 학생들은 입시 공부는 그대로 해야 하는데 등교 시간을 늦춰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하교 후 가야 하는 학원, 과외 등 일정만 늘어진다는 것이다.
9시 등교의 취지는 누가 봐도 바람직하다. 하지만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배려는 부담일 뿐이다. 아이들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9시 등교가 실은 진보 교육감의 차별화를 내세우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