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현 통화정책 기조가 실물경기를 제약하는 수준은 아니라며 추가 금리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기존보다는 좀더 유연한 입장을 보여 눈에 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장일치로 현 연 2.0%인 기준금리를 동결한다는 결정을 내린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에 대해 “현 금리수준이 경기회복세를 뒷받침하는데 충분히 완화적이라는 기존 입장과 같은 가”라는 질문을 받고 “실질금리, 신용량, 금융상황 지수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보더라도 통화정책이 실물경제를 제약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추가 금리인하에 대해 소극적인 견해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기준금리 2.0%는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한 지난 1월의 이 총재 발언과 비교하면 표현 수위가 다소 누그러져졌다.
이 총재는 또 올해 경기 흐름에 대해 3.4%로 제시한 성장률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하방 위험이 있는 게 사실이고 전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역시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이 총재는 최근 각국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환율전쟁이라고 칭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나라들이 침체된 경기회복세를 좀 더 높이고 디플레이션 압력을 방지하기 위해 통화 완화 정책을 펴는 것”이고 “그 결과로 환율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각국 통화정책을 환율전쟁으로 표현하는 것은 개인적인 생각으로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환율에 대해 기준금리로 대응할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다만 원화에 대한 엔화와 유로화의 환율 변화에 대해서는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원화가 엔화와 유로화에는 큰 폭으로 강세를 보였다”며 "그 여파로 대일(對日) 수출은 지난해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대유럽연합(EU) 수출도 지난 1월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두차례 금리인하의 효과에 대해서는 “금리인하 효과가 실물에 영향을 주기까지는 2~3분기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데 금융 및 신용경로에 분명히 효과를 미치고 있다”고 평했다. 그러나 “금리인하 효과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의 크기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며 “대외여건이 불확실하고 경제주체의 심리가 부진한 상태에 있을 뿐만 아니라 구조적 요인이 심화됐기 때문에 금리가 실물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제한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100억달러 규모의 한일 통화스왑가 오는 23일 만기에 맞춰 중단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안정적인 금융시장 상황과 건실한 거시경제 여건을 감안해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당분간 외환여건 면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미 통화스왑을 체결했듯이 경기여건이 안좋게 된다면 적극적으로 추가적인 통화스왑 체결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