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은 없고 독점만 있었다. 스크린골프업계를 바라본 일반인들의 시선이다. 최근 수년 사이 국내 스크린골프업계만큼 변화무쌍했던 업계는 흔치 않을 듯하다.
2013년 골프존이 발행한 ‘대한민국 골프백서’에 따르면 스크린골프 이용 인구는 2008년 63만명에서 이듬해 127만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2010년 137만명, 2011년 168만명, 2012년에는 186만명, 현재는 2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회장 박정호)가 발표한 2013년 전국 골프장 내장객 현황에서 골프장 홀 당 내장객이 2012년에 비해 1.7% 증가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깜짝 놀랄 만한 성장이다.
실제로 골프장을 포함한 국내 대부분의 골프업계가 오랜 불황에 시달리고 있지만 스크린골프만이 호황을 누렸다. 요즘은 골프 요금에 부담을 느낀 젊은 세대나 초보자들이 골프장을 대신해 스크린골프장을 즐겨 찾는다. 겨울에도 해외골프보다 스크린골프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다. 이제는 스크린골프가 한국을 대표하는 레저스포츠로 자리를 굳혔다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그 중심에는 국내 1위 스크린골프업계 골프존의 탄탄한 기술력과 공격적인 마케팅이 있었다. 그러나 커진 몸집을 지탱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되지 않았다. 스크린골프의 눈부신 성장 이면에는 골프장ㆍ스크린골프 가맹점과 공급업체 사이의 오랜 갈등으로 생긴 골이 깊게 파여 있다.
스크린골프 점주들에 따르면 골프존 가맹점들은 본사가 제공하는 인터넷 프로그램 없이는 장비를 사용할 수 없다. 기술 유출 방지를 이유로 AS 비용 내역도 볼 수 없고, 프로그램 사양이 높아질 때마다 비용을 점주들이 부담했다. 게임 중 발생하는 광고 수익도 지급받지 못한다.
이런 와중에도 골프존은 전국 스크린골프장 영업점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전 유성구에 골프테마파크인 골프존 조이마루 운영을 강행, 점주들과의 관계를 악화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5월부터 진행된 골프장의 골프존을 상대로 한 골프장 코스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법원은 골프장의 손을 들어줬다. 골프장 코스도 저작물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골프존에 대해 몽베르CC(11억7000만원)와 대구CC(1억4500만원), 인천국제CC(1억900만원)에 각각의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선고했다.
어찌됐든 결과가 이렇게 되기까지는 골프존의 책임이 크다. 점주들과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데다 접점 마련을 위한 대화를 사실상 단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골프장과 스크린골프는 양측 모두에게 상생활동을 통한 가치 창출이 무궁무진하다. 스크린골프가 국내 골프 활성화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데 이견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골프존의 탁월한 기술력과 공격적 마케팅도 골프장과 영업점주가 없었다면 지금의 골프존은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이번 사건은 몸집 불리기에 혈안이 된 골프존의 상생 노력 부족이 만든 결과다. 과연 골프존이 말하던 ‘세상에 없던 골프’가 이런 것인지, 21세기 신성장동력으로서의 스크린골프가 독점만 있고 상생은 없는 일방통행 산업이어야 하는 건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