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장내서 처분한 21만주 가량 정기 주총서 의결권 행사 불가…지분율 9.18%로 줄어
일동제약이 오는 20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녹십자의 주주제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가운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피델리티 펀드’가 일동제약 보유 지분 1%를 처분해 관심이 쏠린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미국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 매니지먼트 앤 리서치 컴퍼니(FIDELITY MANAGEMENT&RESEARCH COMPANY)가 운용하는 펀드인 피드 로우 프라이스드 스톡 펀드(FID LOW PRICE STK PRIN ALL SEC)는 지난 9월23일부터 30일까지 5차례에 걸쳐 일동제약 보유 주식 20만6600주를 장내 매도했다.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보유 주식 4만6238주를 장내서 처분했다.
피델리티 측은 이와 관련해 “단순 주식 처분”이라고 설명했다.
1만3000~1만4000원대에 머물고 있던 일동제약 주가는 피델리티 펀드가 지난해 9월말 일동제약 보유 주식을 처분할 당시 1만8000원대를 넘어서며 30% 가까이 급등한 상황이었다. 이로써 피델리티 펀드는 일동제약 보유 주식 중 총 25만2838주를 장내서 매도하면서 44억5700만원 가량을 현금화했다.
이에 따라 피델리티 펀드가 보유 중인 일동제약 주식수는 기존 250만6600주(지분율 10.00%)에서 225만3762주(8.99%)로 줄어들게 됐다. 이번 장내 처분으로 인해 피델리티 펀드의 지분율은 1.01%P 줄었다.
피델리티 펀드가 보유 중인 일동제약 지분을 1% 가량 처분함에 따라 오는 20일로 예정돼 있는 일동제약 정기 주총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지 주목된다. 일동제약 주주명부 폐쇄일은 2014년 12월31일로 피델리티 펀드가 지난해 처분한 주식 20만6600주(지분율 0.82%)는 이번 정기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 피델리티 펀드의 의결권은 기존 10.00%에서 9.18%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최대주주인 일동제약 측(지분율 32.52%)과 2대 주주인 녹십자 측(29.36%)의 지분 차이는 3.16%P에 불과하다. 게다가 일동후디스가 보유한 일동제약 지분 1.36%는 상호출자로 인해 의결권이 제한돼 양측의 지분율 격차는 1.8%P 차이로 줄어들게 된다.
이에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피델리티 펀드와 기타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누구에게로 향하는지가 관건이었는데, 피델리티 펀드의 지분이 소폭 축소된 게 확인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피델리티 측이 일동제약 경영에 있어서 중차대한 이슈였던 지주사 전환을 위한 회사 분할건에서 녹십자의 손을 들어줬던 만큼 이번 이사진 선임건에서도 다시 한 번 녹십자와 뜻을 같이 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일동제약 경영권 분쟁이 지속될 경우 일동제약 주가는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하게 되는데, 이 경우 재무적 투자자(FI) 성격의 피델리티 측은 더 큰 수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녹십자 측 편에 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피델리티 펀드가 일동제약 보유 지분을 소폭 축소하는데 그쳤고, 지난달 24일 4만6000주 가량을 장내 매도할 당시 처분 단가가 2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볼 때 이같은 해석에 더욱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