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부호 열전 ① 이해진 네이버 의장] “정보는 평등해야 한다” 꿈 이룬 검색 항해자

1994년 삼성SDS 사내벤처 1호… 포털 후발주자 불구 정상 올라 현재 보유 주식자산 9996억원

“값비싼 백과사전이 없어도 누구나 평등하게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어린시절부터 정보 평등의 가치를 간파했던 네이버 창업주 이해진 의장. 기업 명칭에 항해자라는 의미를 담았던 것처럼 숱한 도전과 변화를 시도했던 그는 스스로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자신의 꿈을 실현시켰다.

1994년 삼성SDS 사내 벤처 1호로 시작해 6년 만인 1999년 출사표를 던진 네어버의 성공이 더욱 큰 주목을 끄는 이유는 철저한 후발주자였다는 점이다. 구글, 야후 등 글로벌 포털은 물론, 다음과 라이코스, 네띠앙, 엠파스 등 기라성 같은 경쟁자를 모두 제치고 2005년부터 압도적 국내 1위 포털업체로 자리매김했다. 네이버가 이렇게 올라서기까지 몇 차례의 터닝포인트가 있었다.

먼저 2000년 김범수 대표와 손잡고 한게임을 인수한 것이다. 이는 기업의 규모를 키우고 콘텐츠를 다양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두 번째 터닝포인트는 같은 해 세계 최초로 선보인 ‘통합 검색’이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데이터베이스(DB)가 적어 검색 결과의 대다수가 영문 웹이었다. 이에 네이버는 검색어에 따라서 어떤 정보가 더 중요한지를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그 정보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그것이 통합 검색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 터닝포인트는 이듬해 선보인 ‘콘텐츠 검색’이다. 이는 이용자를 질문이 있는 사이트로 안내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예 질문에 대한 정답만 발췌해 직접 보여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이효리’를 검색하면 이효리의 사진과 함께 프로필을 모아서 보여주고, ‘프로야구’를 검색하면 경기일정을 내놓는 시스템이다.

콘텐츠 검색은 사용자의 질문에 또 다른 사용자가 직접 답하는 ‘지식iN’과 함께 네이버가 둔 ‘신의 한 수’라 불릴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구글도 네이버의 콘텐츠 검색을 ‘유니버셜 서치’라는 이름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다. 네이버의 이 같은 행보는 국내 검색점유율 80%, 코스피 시가총액 9~10위라는 성과로 나타났다. 포브스에 따르면 그가 보유한 주식 자산은 9996억원으로 1조 부호에는 조금 못 미친다. 주가가 하락하기 전인 2014년에는 포브스의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성과는 참담했다. 2000년 한게임재팬과 네이버재팬을 설립했고, 2004년에는 중국 게임포털 아워게임을 1000여억원에 인수했다. 2005년에는 김범수 당시 글로벌 대표가 직접 총괄해 NHN USA를 설립했지만 줄줄이 실패했다.

그러던 중 2011년 6월 네이버는 글로벌 진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회심의 작품을 내놓는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다. 라인은 출시 26개월 만에 글로벌 가입자 1억명을 달성했고 올 초에는 가입자 수 6억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최근 네이버는 스스로도 지금까지 이런 위기는 없었다고 할 정도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PC 검색에서는 여전히 강한 힘을 보이고 있지만, 문제는 모바일이다.

최근 2년 사이 폐쇄형 SNS인 밴드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모바일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라인 레인저스 등 게임을 비롯한 콘텐츠 역시 부진에 빠졌다. 모바일에서 또다시 후발주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모바일 온리’ 시대에 이 같은 부진을 겪자 지난해 이 의장은 “네이버는 없어질 수도 있다”는 충격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실은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네이버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961억원으로 시장 예상치의 평균인 2187억원을 10.33%나 밑돌았다. 매출액 역시 예상치보다 1.79%를 하회했고, 당기순이익도 15.32% 못 미쳤다.

현재 네이버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상품검색을 대폭 강화하고, 간편결제나 콜택시 서비스 등 각종 부가서비스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에서는 숙명의 라이벌인 다음카카오가 앞서가고 있고, 글로벌 IT 기업들도 각종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다”면서 “네이버가 강력한 혁신을 보여주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성과는 그저 과거의 영광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