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미 힐미’ 기억해, 우리가 지성에게 반한 시간 [스타인터뷰①]에 이어서
‘킬미 힐미’ 속 여고생 캐릭터 요나로 인해 지성은 남자배우 최초로 여자 화장품 틴트를 완판시키는 기록을 세웠다.
“처음에 틴트가 완판됐다고 했을 때 어이가 없었죠. 물론 기분은 좋아요. 틴트가 요나에게는 중요한 무기였어요. 드라마 보면 아시겠지만 요나가 뛰면서도 틴트를 바르면서 뛰었거든요. 틴트회사에서도 저한테 틴트 선물을 줬어요. 참 재미있었어요.”
여고생 캐릭터 요나는 아내 이보영이 가장 좋아한 인격이다. 이보영은 직접 촬영장에 와서 그가 요나를 연기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한번은 이보영 씨가 요나 연기를 직접 보고싶어서 홍대 길거리에서 뛰는 장면을 몰래 보러 왔었어요. 500~600분이 길 위에서 구경하시는데 솔직히 창피했어요. 그래도 연기니까 집중해서 뛰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이보영씨가 즐거울 줄 알았는데 눈물이 나더래요. 우리 가장이 교복을 입고 길거리 뛰어가는 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아팠대요.”
지성은 6월 말 아빠가 된다. 바쁜 촬영 스케줄로 인해 임신한 아내의 곁을 지켜주지 못해 그는 아내 이보영에게 미안해했다.“아빠가 빨리 되고싶은데 시간이 안가네요. 아이가 커가는게 눈으로 보이니까 요즘 신기해요. 예정일이 6월 말인데 6월 말되면 한번 눈물을 펑펑 쏟아 낼 것 같아요. 아내가 집에서 한 번은 너무 힘들다고 전화가 왔어요. 그 때는 촬영 중이었으니까 ‘조금만 참아. 몇 주만 참으면 끝이야’ 라고 말했었죠. 아내에게 많이 미안해요. 그래서 더욱 좋은 아빠가 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7개의 캐릭터가 드라마의 주가 되다보니 지성은 혹독한 스케줄을 소화할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 후반부에는 성대부종으로 목소리가 안 나와 촬영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었다.
“강행군을 했기에 몸도 안 좋았고 17회 분량에서 괴성을 지르는 장면이 있었는데 몰입을 하다보니 생목을 다써버렸었어요. 촬영할 때 목이 이상했는데 그날 저녁에 목이 잠겨버리고 목소리가 안 나와버렸죠. 목소리가 나오기까지 하루가 걸렸어요. 목요일 방송분을 화요일에 목이 안 좋아서 쉬고 수요일 오전부터 하루동안 목요일 분량을 다 찍었어요. 하루 만에 찍어지더라고요. 스탭들에게 얼마나 죄송했는지 몰라요. 18회는 저희 팀들이 해낸거라고 생각해요. 요나를 연기하는데 ‘오빠’ 소리가 안 나오니까 가성으로 했어요. 지금도 그 때 생각하면 아찔해요. 그래도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죠.”
올해 39살이 된 그는 극중 28살 차도현을 연기하면서 10대·20대 여성들에게 큰사랑을 받았다. ‘킬미 힐미’로 인해 지성의 팬층은 확실히 넓어졌다.
“‘킬미 힐미’를 통해 아이돌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아이돌급 대우를 받고 있어요. 오리진의 아역으로 나왔던 배우가 저한테 ‘지성오빠 좋아요? 지성삼촌이 좋아요?’라고 묻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어요. 영원히 오빠라고 부르기로 약속했어요. 이런 인기가 저도 좋죠. 언제 또 제가 이렇게 아이돌급 대우를 받아보겠어요.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박수와 찬사 두팔 벌려 감사하고 행복하게 받으려고요.”
지성은 ‘킬미 힐미’의 인기로 인해 올해 MBC ‘연기대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대상 후보로 거론된 소감을 묻자 그는 쑥스러워했다.
“‘킬미 힐미’를 통해 단 몇 사람이라도 가슴이 따뜻해 질 수 있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 드라마 찍으면서 아프고 힘들고 눈물이 났지만 그래도 참 좋았거든요. 연기대상에 대한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데 지금 시점에서 저한테는 중요하지도 않고 전혀 상관없어요. 단지 제가 ‘배우로서 존재하고 있구나’ 이것을 느낀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지금처럼 계속 작품활동 해나갈 수 있다면 좋겠어요. 상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킬미 힐미’는 현재 중국에서 아직 정식 방영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드라마 검색 순위 1위를 달리고 있고, 지성은 ‘수요일의 남자’라는 별명까지 얻고 있다. 특히 중국이 1월부터 외국 드라마의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한했기에 이런 인기는 의외일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도 잘되면 정말 좋겠죠. 아직은 별로 실감이 안나서 잘 모르겠지만 저는 오히려 지금은 그런 반응이 좀 부담스러워요. 과대포장이 된 건 아닌가 싶거든요. 제가 만약 중화권에서 사랑을 받는 상황이 생기면 대한민국 배우로서 좋은 드라마 하면서 우리나라를 알리고 싶어요. 그럴 수 있게 중국 대륙을 ‘킬미 힐미’가 흔들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