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녹십자의 M&A 먹튀 논란 등 부담 느꼈을 듯”
1년 만에 녹십자와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거진 일동제약의 정기 주주총회가 싱겁게 끝난 가운데,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졌던 피델리티 펀드를 비롯한 외국인 100%가 녹십자의 주주제안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일동제약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서울 본사 지하 1층 강당에서 제72기 정기 주주총회가 개최, 총 의결 주식수 2389만여주의 89.2%에 해당하는 2132만여주가 참석했다.
주주총회 결과 이사 선임건의 경우 이정치 일동제약 대표이사 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됐으며, 서창록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가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또 이상윤 전 오리온 감사가 일동제약 감사로 선임되는데 성공했다.
이들 모두 일동제약 이사회에서 추천한 인사들이다. 녹십자가 주주제안한 사외이사와 감사 부의 안건은 모두 부결되면서 녹십자 측의 일동제약 이사회 진입은 실패하는데 그쳤다.
특히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의결권을 전달한 피델리티 펀드를 포함한 외국인 주주는 일동제약 추천 인사에 100% 찬성을, 반면 녹십자 추천 인사 측에는 100% 반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일동제약 측은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녹십자 측의 인사를 찬성한 주주는 녹십자를 제외하고는 0.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잇따라 제기된 녹십자의 과거 인수ㆍ합병(M&A) 먹튀 논란 등으로 인해 외국인을 비롯한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녹십자를 지지하는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전사적으로 지분 확보에 나선 일동제약과는 반대로 녹십자 측은 이번 주총을 앞두고 우호 지분 확보에 큰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