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과 소속사 분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계약 사항이 한 쪽에 유리해서, 2010년 이후에는 세부 항목에 대한 이견으로 갈등을 빚었다. 양 측의 분쟁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대게 ‘계약서 이행’을 문제 삼는 경우가 많았다. 약속대로, 계약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게 분쟁의 요지다. 갈등이 심화되면 양 측은 계약서 문구 하나하나를 들먹이며 부당함을 주장한다. 하지만 대화로 해결되지 않으면 법적 대응은 불가피하다. 왜 자꾸 연예인과 소속사는 분쟁을 되풀이할까?
금전적 이유(OR 정산 문제)
연예인과 소속사는 ‘의리’보다는 ‘계약’으로 뭉친 사이다. 연예인이 활동이 많으면 많을수록, 수입이 크면 클수록 서로의 이익은 커진다. 길건과 소울샵 엔터테인먼트의 분쟁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금전적인 이유가 작용한다.
길건은 최근 소울샵 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한 후 활동을 제대로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행사도 못했고, 유일하게 시구 한 번이 전부라고 밝혔다. 이마저도 수익이 돌아오지 않았다며 길건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반면에 소울샵 엔터테인먼트는 “길건이 6년 동안 활동하지 않아서 연습이 필요했다. 제대로 연습하지 않았기 때문에 뮤지컬 ‘올슉업’ 공개 오디션에서도 떨어졌다”며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또한, 소울샵 엔터테인먼트는 길건이 연습에도 불성실하게 임했고, 회사를 협박했다며 부당함을 주장했다.
B.A.P도 정산 문제로 소송중이다. B.A.P는 소속사 TS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무효확인 및 정산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B.A.P는 데뷔 후 3년간 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멤버들이 정산 받은 금액은 고작 1인당 1800만원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5일 B.A.P의 소송 대리인 법무법인 도담을 통해 “1월 15일 TS가 제출한 답변서에는 앨범 프로모션비 15.5억원 무단사용 등과 같은 B.A.P. 멤버 6인의 주장에 대한 구체적 반박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채 자료가 방대하다는 이유를 들어 실질적인 답변을 조속히 제출하겠다고 했으나 4일 현재 TS엔터테인먼트는 실질적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TS엔터테인먼트는 “자료를 준비중이고 법정에서 억울함을 밝힐 것”이라고 답했다. 이 외에도 강성연, 이미숙, 김태우, 아웃사이더, 아이비 등이 소속사와 정산 문제로 분쟁을 겪었다.
노예계약
엑소의 루한, 크리스는 소속사인 SM 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루한과 크리스는 SM 엔터테인먼트에 과도한 활동, 건강악화, 수익 배분 등 문제에 대해 수차례 개선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SM은 거절 혹은 회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M엔터테인먼트는 “엑소 멤버들과 SM 엔터테인먼트의 권익을 침해했으며, 동시에 당사의 제휴사 등에게 여러가지 측면에서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끼치고 있다”며 맞대응 방침을 세웠다. 이 외에 B.A.P는 계약내용이 소속사에 유리하고 멤버들에게 불리한 노예계약이라고 주장했고, JYJ도 기나긴 법정다툼 끝에 전 소속사와 합의, 결별했다.
또 다른 갈등 분쟁은 ?
화요비는 전 소속사 대표를 사문서 위조혐의로 고소했다. 전 소속사 대표는 10억 원 상당의 투자 계약을 체결하면서 화요비의 인장을 임의로 제작, 날인하는 방법으로 투자금을 받고 변제 책임은 화요비에게 떠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클라라는 소속사 회장의 언행 때문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소속사를 상대로 계약 무효 소송을 냈다. 폴라리스 측은 클라라를 상대로 협박죄 등 혐의로 맞고소한 상태다.
메건리는 지난해 11월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속사 소울샵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메건리는 소장에서 소울샵의 불공정 계약, 경영진의 부당한 대우와 횡포, 동의 없는 일방적인 스케줄 계약 등을 문제로 삼았다.
사실 연예인과 기획사의 싸움은 서로 이득 볼 것도 없는 한마디로 ‘치킨게임’이다. 둘 다 다치고, 피해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투는 것은 자신이 피해자고, 더 억울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법적 소송이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예상외로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 분쟁에 직면했을 때 연예인과 기획사가 어떻게 대처해야할지도 알게 된다. 향후 연예인과 기획사가 상생하고, 발전 방향도 모색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받아들이고, 서로 협의를 통해 보다 나은 연예계 환경을 만들어 간다면 한국도 선진 시스템을 갖춘 나라로 자리잡게될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