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주부 박모씨(47)도 만성 두통에 시달렸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두통에 진통제를 먹어봤지만 그때뿐. 혹시나 다른 문제가 있지 않나 싶어 여러 병원을 찾았지만 아무 이상 없다는 말만 되풀이됐다. 스트레스성 두통이나 신경성 두통인 것 같다는 의사들의 말에 답답한 마음만 커졌다.
박모씨처럼 만성적인 두통의 원인을 찾지 못하고 병원을 전전하는 사람들이 많다. 두통의 원인을 머리에서 찾으려는 일반적인 생각 때문이다. 만성두통을 겪고 있는 환자 중 70~80%는 경추성 두통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머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경우는 1% 미만. 다음과 같은 경우 ‘경추성 두통’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한 달에 24회 이상 두통을 느끼고 4시간 이상 지속할 경우.
▲두통약(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을 한 달에 25알 이상 복용하는 경우.
▲약물치료를 시도했으나 효과가 없는 경우.
경추성 두통이란 말 그대로 목 관절의 문제로 생기는 질환이다. 상부경추(제2~4경추)의 퇴행성 변화, 후두부신경(뒤통수 피부 아래를 지나는 신경)의 눌림, 교통사고 후유증, 일자목 자세로 인한 근육통(두피, 목, 어깨)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
교통사고와 같은 외상을 제외하면 대부분 평소 잘못된 생활습관과 자세에서 비롯된다. 특히 고개를 과도하게 숙이거나 삐딱하게 앉아 장시간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목에 부담을 주게 되는데 이것이 지속되면 목디스크와 더불어 경추성 두통을 일으킬 수 있다.
나누리인천병원 비수술 센터 신경호 소장은 “경추성 두통은 목뼈 관절이나 디스크에 문제가 생겨 통증이 머리로 올라가는 경우”라며 “위 목뼈(상부 경추)에 문제가 있다면 어깨나 팔 부 위의 통증보다 두통이 더 나타날 수 있어서 경추성 두통이 의심될 경우 정밀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밝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경추성 두통은 대부분 신경주사로 호전될 수 있다. 만약 근육통이 원인일 경우에는 유발점 주사치료가 효과적인데, 최근에는 보톡스 약물을 이용한 치료가 두통에 우수한 효과가 있어 눈길을 끈다.
보톡스는 신경을 마비시켜 근육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보툴리눔 균에서 나오는 독소다. 치명적인 독소를 치료에 적합하게 개량한 약제로 개발 초기에는 안과에서 사시 치료에 사용됐다.
이후 뇌성마비환자나 중풍환자의 근육 경직 치료에 사용되었고 피부 주름을 만드는 근육을 일부 마비시켜 주름이 더 이상 생기지 않게 하는 미용성형에 이용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그래서 주름치료제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근육이완효과가 주된 기능이다.
나누리인천병원 신경호 소장은 “만성 근육통이 원인일 경우 근육 속에는 작은 몽오리가 생기는데 이것은 부분적으로 근육 섬유가 오그라든 부위다”라며 “보톡스를 이곳에 주사하면 이 부분만 마비시켜 더 이상 오그라들지 않게 해 근육도 부드러워지고 통증도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