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줄었어요. 관(官) 색이 너무 짙잖아요. 지난해 세월호 사태 이후 낙하산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거세지니 당사자도 회사도 부담스러운 거겠죠.”
한 금융지주사 임원의 말이다.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금피아는 금융권 무소불위로 통했다. 이들은 당국과 금융회사의 연결고리를 자처하며 그 대가로 수억원의 보상을 받았다. 반관반민(半官半民) 신분으로 수천개 금융회사를 쥐락펴락하던 그들에게는 당연한 대우였다.
이들의 무소불위는 결국 감독 부실로 연결됐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터졌다. 허술한 감시망 속에서 금피아들은 관계부처에 로비를 벌이며 부실을 조장했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들에게 돌아갔다.
경직적인 기수 문화로 얽힌 금피아 철옹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금감원은 서둘러 금융회사에 감사 적입자를 내려보내는 ‘감사추천제’를 폐지했고 금융회사들도 금피아 선임에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금피아 척결 움직임은 더 거세졌다. 민간 출신 등용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금피아는 설 자리를 잃었다. 지난해 세월호 사태는 금피아 척결이 강화되는 계기가 됐다.
실제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등 3대 국책은행장 모두 민간 출신이다.
주전산기 교체 문제로 물러난 임영록 KB금융 전 회장 후임으로 내부 출신인 윤종규 회장이 지휘봉을 넘겨받으면서 우리, 하나, 신한을 비롯한 4대 금융그룹 모두 내부 출신이 수장을 맡았다. 외환은행도 지난해 윤용로 행장이 물러나고 내부 출신인 김한조 행장이 취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피아 척결 움직임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 실세 낙하산을 내려보내기 위해 금피아 논란을 더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금피아·모피아가 지고 현 정부와 연이 깊은 서금회가 뜨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란 설명이다.
A은행 관계자는 “금피아는 전문성이라도 갖췄지만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정치인들은 실무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다”며 “정치권 실세들을 내려보내기 위해 금피아 논란을 역이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