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채권자협의회가 금융당국의 책임을 묻기 위해 낸 소송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재판장 전현정 부장판사)는 6일 동양사태 피해자 서모 씨 등 363명이 금융감독의 감독 소홀로 피해가 커졌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한 1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금융위와 금감원 측 대리인들은 "사상 초유의 사태인 것은 맞지만 이 소송에서는 (손해를 발생시킨) 실제 행위자는 빠지고 금융 당국에게만 책임을 묻고 있다"며 "피해자 측은 처벌 규정이 뒤늦게 마련되는 등 담당 공무원의 고의 및 과실로 유안타증권에 대한 처벌이 늦춰졌다고 주장하나 업무상 과실에 대한 입증이 없으면 책임 인용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3년 10월 시행된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은 증권사들이 투자부적격 등급인 계열사의 회사채·기업어음(CP)을 팔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당초 4월 예정이었던 법안에 대해 6개월 간 시행 유예기간을 두면서 더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투자 손실을 입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금감원 측 대리인은 "6개월 시행 유예를 둔 것은 금감원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며 "금융위의 권한이니 금감원과 공통적으로 책임을 물은 사안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판부 역시 피해자 측 대리인에게 어떤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 특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다른 민사사건에서도 ㈜동양과 ㈜동양시멘트의 분리 매각 건으로 손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동양시멘트로 인한 손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면서 "피해자마다 손해가 없거나 이미 받은 돈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명확한 손해액 정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 1월 제재심의위원회 심의와 금융위 협의를 거쳐 채권 및 특정금전신탁 업무정지 1개월과 과태료 3억50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동양사태피해자대책위는 지난달 20일 법원종합청사 앞에서 "동양증권에서 유안타 증권으로 간판을 바꾼다고 모든 죄가 면죄되는 것은 아니"라며 "금융위는 유안타증권을 즉각 해산시켰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음기일을 5월에 선고 예정인 유안타증권에 대한 형사소송이 마무리된 이후에 열 예정이다. 다음기일은 6월 8일 오후 2시 40분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