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4월 10일은 미국 ‘형제자매의 날’(National sibling day)이다. 클라우디아 에바트라는 여성(로펌 근무)이 어려서 죽은 오빠와 여동생을 생각하며 1997년 형제자매재단을 만들었다. 4월 10일은 여동생의 생일이었다. 1998년 39개 주가 이날을 채택한 데 이어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국가기념일로 선포했다. 미국에 이런 날이 있다는 게 놀랍다.
천자문에 ‘공회형제 동기연지’(孔懷兄弟 同氣連枝)라는 말이 있다. 매우 그리워 잊지 못하니 형제는 같은 기운을 받아 이어진 가지라는 뜻이다. 신라 월명사(月明師)의 향가 ‘제망매가’(祭亡妹歌)에도 ‘한 가지에 났지만 가는 곳을 모른다’는 표현이 있다.
전진형수(田眞荊樹)라는 고사도 있다. 옛날 중국의 전진 3형제가 부모의 유산을 나누면서 마당의 자형(紫荊)나무를 셋으로 쪼개자고 하자 나무가 갑자기 말라 죽었다. 전진이 “우리는 나무만도 못한 인간”이라고 뉘우치며 그대로 두자고 하자 되살아났다. 오균(吳均·469~520)의 지괴(志怪)소설 ‘속제해기’(續齊諧記)에 나온다. 서거정(徐居正·1420~1488)의 ‘효자도 십영(十詠)’에 ‘전진형수’라는 시가 있다. ‘한 기운으로 연한 가지가 바로 형제’[同氣連枝是弟兄]라는 말로 시작된다.
돈 많은 집안일수록 동기간 우애는커녕 분쟁이 잦다. 그런 점에서 재계 순위 15위인 LS그룹의 잡음 없는 ‘사촌경영’은 특이하다. LG그룹 창업주 구인회의 동생인 구태회(4남) 구평회(5남) 구두회(6남) 형제의 2세들이 계열사를 나눠 맡고 있다. 구태회의 장남 구자홍 LS미래원 회장은 2003~2012년 LS그룹 회장을 지냈다. 지금 회장은 구평회의 아들 구자열인데, 구두회의 아들인 구자은 LS엠트론 부회장이 나중에 그룹 회장을 맡을 전망이다. 그 우애와 화합이 변함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