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의 위험한 흥행이론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5-04-1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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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토너먼트의 79번째 그린재킷 주인공은 조던 스피스에게 돌아갔다. (AP뉴시스)

매년 4월 둘째 주 목요일은 골퍼들에게 상징적인 날이 돼버렸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번째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900만 달러ㆍ97억6000만원)가 열리기 때문이다.

미국의 골프 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는 올해 마스터스가 열리기 전 예상 수입으로 1억1500만 달러(약 1257억8000만원)를 전망했다. 일주일짜리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으로는 엄청난 수준이다.

주목할 만 한 건 매년 그 수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이제스트 조사에 따르면 마스터스 매출은 1997년에 비해 5배(전체 수입)나 증가했다. 아이러니한 건 스폰서 없이 후원자만으로 엄청난 수익을 창출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회장인 오거스타 내셔널에는 어디에도 기업 광고가 없다. 마스터스의 흥행 주역인 후원자는 바로 전 세계에서 모여든 30만명 이상의 패트론(마스터스의 갤러리)으로 대회장 입장료 수입만 3475만 달러(약 3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에 식음료비와 숙박, 기념품 판매, 그리고 190여 개국에 송출되는 TV 중계권료(2500만 달러ㆍ약 273억4000만원) 등을 모두 합산하면 1억15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수입이 발생한다.

이처럼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대부분 사람들은 전통과 권위를 고집스럽게 지켜온 덕이라고 평가했다.

전년도 챔피언이 우승자에게 입혀주는 그린재킷 세리머니를 비롯해 전년도 우승자가 대회 시작 이틀 전 화요일 저녁에 역대 챔피언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는 챔피언스 디너, 1라운드 티오프 직전 전설적인 골프스타들의 명예시구 이벤트, 개막 하루 전인 수요일에 펼쳐지는 파3 콘테스트, 낙하산복을 연상케 하는 흰색 캐디복 등이 마스터스와 오거스타 내셔널만의 전통이다.

1934년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이 창설한 이 대회는 보통의 메이저 대회와 달리 단 한 차례도 대회장이 바뀌지 않았다. 바로 그것이 마스터스의 위험한 흥행이론의 시발점이다.

오거스타 내셔널이 고집하는 전통과 권위 뒤에는 인종·인권차별이라는 잔혹한 역사가 자리한다. 이 골프장은 2012년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과 여성 금융인 달라 무어(이상 61)가 여성회원이 되기 전까지 무려 80년간 ‘금녀의 벽’을 고집해왔다. 1982년까지는 모든 선수들이 반드시 이 클럽의 흑인 남성 캐디를 채용해야 했다. 지금은 대회 흥행을 위해 한발 물러선 모양새지만 아직도 미국 남부 백인 남성들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거스타 내셔널은 전통과 권위를 앞세워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비양심적이거나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처음에는 뜻이 맞는 사람들이 사교적 모임으로 시작한 골프대회였지만 지금은 PGA투어 4대 메이저 대회로 성장하며 온갖 혜택과 권리를 누리고 있다. 그만큼 사회적 책임감도 뒤따라야 했다.

하지만 오거스타 내셔널은 과거 인종·인권차별에 대한 어떤 사회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어쩌면 마스터스의 위험한 흥행이론은 국내 골프장의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정책을 부추겼다. 그 무책임한 흥행이론이 곡예운전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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