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들의 어머니, 가정에도 충실…여성 기업인 대모 역할도
월가 여성 리더의 선두주자였던 루스 포랏 모건스탠리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구글 CFO를 맡으면서 28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포랏은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하버드대를 거쳐 스탠퍼드대 선형가속기센터 연구원이 된 아버지를 따라 온 가족이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하면서 실리콘밸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샌프란시스코 인근 스탠퍼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금의환향해 고향인 실리콘밸리의 대표기업 CFO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구제금융 당시 미국 정부의 조언자, 모건스탠리의 회복을 이끈 구원투수 등 월가에서 포랏은 우먼파워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직속 금융위기 대응팀 대표로 포랏과 함께 일했던 루이스 삭스는 “포랏은 항상 가장 독창적이며 사려 깊고 도움이 되는 은행가였다”며 “그가 2010년 CFO로 승진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쉬웠다. 그러나 모건스탠리가 포랏을 자문 직무(투자은행)만 하게 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기에 놀라지는 않았다”고 극찬했다.
성공한 여성들이 그러하듯 포랏도 ‘일에 관한 열정’이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 2001년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당시 그의 상사는 ‘직장으로의 복귀’를 권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이라면 회사의 비인간적 처우를 떠올릴 것이나 포랏은 달랐다. 일을 너무나 즐기는 포랏을 잘 알고 있던 상사는 오히려 유방암을 극복하려면 차라리 복귀하는 것이 낫다고 본 것이다. 포랏도 “상사는 모건스탠리가 아니라 바로 나를 위해서 복귀를 지시했다”며 “그는 내가 얼마나 일을 사랑하는지 알았다”고 동의했다.
그가 항상 일에만 몰두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세 아들의 어머니로 일과 생활 사이에서 훌륭하게 균형을 잡고 있다. 포랏은 지난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취하는 것은 결국 결정에 달려 있다”며 “일을 우선하는 시기도 있고 가족과의 시간에 비중을 두는 때가 있어도 좋다. 그때마다 임기응변을 통해 일과 생활을 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비결을 말하기도 했다.
그는 월가에서 손꼽히는 파워우먼답게 여성 기업인들의 대모 역할도 하고 있다. 매년 뉴욕에서 여성 CFO들을 초청해 만찬 모임을 갖는다. 지난 3월 10일(현지시간) 뉴욕의 한 식당에서 열린 올해 만찬회에서 포랏과 참석자들은 최저임금에 대한 대기업의 대처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했다.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도 “미국도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아직도 낮다”며 “여성이 일도 하고 가정도 가질 수 있는 구조를 국가와 기업 차원에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여성 직장인들에게 “자신이 맡은 일의 성과를 더 시끄럽게 주장해야 한다”며 “가만히 앉아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나 자신도 상사에게 큰 일을 맡겨 달라고 적극적으로 말해 성장할 수 있었다”며 “위험을 감수하고 일을 맡긴 뒤 성과를 내면 북돋워 줄 수 있는 ‘후원자’ 역할을 하는 상사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는 지난 2009년 저서 ‘탁월한 여성들은 어떻게 리드하는가’(How Remarkable Women Lead)에서 포랏이 맞벌이를 하는 부모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그의 아버지 댄 포랏은 전기 엔지니어로 1962~1988년 26년간 스탠퍼드대 선형가속기센터에서 일했다. 어머니인 프리다 포랏은 조직 관리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쓴 심리학자이자 교사였다. 묵묵히 끈기 있게 일하는 법을 아버지로부터 배우고 어머니로부터는 일과 가정생활을 훌륭히 조화시키는 방법을 터득했다.
댄은 “내 딸이 단지 돈에 팔려 구글로 이직하겠다고 결정한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며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위험은 물질만능주의에 휩싸여 소비를 많이 하는 것이 더 좋은 삶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딸에게 충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