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처벌 원치 않는다'고 했지만 LG측 관할 위반 주장 문제 남아
'삼성세탁기 고의 파손'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성진 LG전자 홈 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장(사장)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이 명예훼손 혐의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윤승은 부장판사)는 17일 재물손괴와 명예훼손,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 사장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삼성과 LG측이 그룹차원에서 큰틀에서 합의했다는 보도를 봤다"며 "지난 14일 (삼성 측으로부터)고소 취소 및 처벌 불원서가 들어왔는데, 검찰 입장은 어떠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업무방해 뿐만 아니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공소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에 해당한다. 검찰은 공소를 취소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조 사장 측이 관할 위반 주장을 계속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명예훼손 혐의가 판결에 의해 떨어지길 바라는 것이냐"고 재차 물었고, 검찰은 "그렇다"고 답변했다. 변호인 측은 그동안 이 사건 관할권이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창원지법에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대로 재판이 진행된다면 재판부는 조 사장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공소기각'판결을 내리게 된다.
변호인 측은 이 부분에 대해 다시 법리를 검토하고 재판부에 서류로 의견을 제출하기로 했다. 또 조 부사장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업무방해 행위는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뿌린 것으로 이미 종료된 것이고, 그 이후 내용이 전파된 것은 조 사장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재판이 끝난 뒤 변호인 측은 "관할 위반 주장을 철회한다면 검찰에서도 물러설 것으로 보이는데, 철회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차후에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만 답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8일 오전 11시에 준비기일을 한차례 더 열기로 했다.
LG와 삼성의 세탁기 분쟁은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에서 자사의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로 조성진 LG전자 사장 등을 수사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삼성전자 측은 LG전자 측에서 4대의 가격을 변상했지만, 추가로 확인 한 CCTV를 통해 조사장의 파손 고의성을 확인했다고 주장해 갈등이 확산됐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삼성과 LG는 세탁기 분쟁, 디스플레이 특허 분쟁 등 현재 진행 중인 모든 법적인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하면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재판은 중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