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업무보고 中“가구별 소득·자산 빠져 가계 부채상환능력 종합 분석 한계”
한국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 현황을 정교하게 들여다보려고 한국은행이 구축한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가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데는 ‘반쪽자리’라는 자체 고백이 나왔다.
한은이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보고한 ‘업무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신용평가회사로부터 개인부채 관련 통계를 추출해 지난달 가계부채 DB 구축을 완료했다. 이 DB에는 2012년 이후 분기별로 약 100만명에 대한 차주특성정보, 대출, 신용카드, 연체 등의 신용정보가 담겨 있다.
한은은 이 DB를 바탕으로 다음달 ‘가계부채 통계조사보고서(가칭)’를 내부적으로 작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르면 오는 8월, 늦어도 올해 안에는 결과물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가계부채 DB는 실거래 자료를 기반으로 해 기존 통계보다 한층 더 정확한 것은 물론 분기별로 돼 있어 연간자료인 가계금융·복지조사보다 더 신속하게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또 차주의 연령·지역, 신용등급별 잔액, 신규취급액, 취약계층 부채의 동태적 변화 등 다양한 미시 정보도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 DB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이름은 가계부채 DB임에도 가구가 아닌 개인 기준으로 돼 있다. 무엇보다 개인의 종합소득 및 금융·실물 자산 자료가 포함돼 있지 않아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은도 이를 인지해 이번 국회 보고 자료에 ‘가계부채 DB 구축 결과’라는 제목으로 위 두가지 문제점을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밝혔다.
국회 질타를 계기로 가계부채 DB를 서둘러 만들었지만 현 여건상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기는 어렵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희수 기재위원장 등을 포함한 국회의원들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가계부채 실태와 적정 규모에 대한 분석을 시급히 요구한 바 있다.
결국 한은이 가계부채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DB를 만들려면 다른 정부 기관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법·제도적 문제와 고질적인 부처간의 알력다툼 등으로 만만치 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영환 한은 가계부채DB 반장은 “가계부채 DB를 통해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려면 소득, 자산 등의 데이터를 보유한 국세청, 행정자치부 등 관련 부처의 협조를 받아야 하는데 현행법상 제약이 따른다”며 “앞으로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