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연서는 ‘왔다 장보리’에 이어 ‘빛나거나 미치거나’까지 안방극장에 연이어 홈런을 날렸다. 사실 극 초반 오연서가 ‘빛나거나 미치거나’에 캐스팅 됐다는 소식에 “복귀가 너무 빠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오연서는 ‘빛나거나 미치거나’를 통해 배우로서 재평가를 받으며 20대 주연 여배우 반열에서 탄탄한 입지를 굳혔다.
22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난 오연서는 연이어 두 작품을 좋은 성적으로 마쳐서인지 표정이 한결 밝고 여유로워 보였다.
“‘왔다 장보리’가 길기도 했고 힘들기도 해서 사실은 좀 쉬고 싶었어요. 그런데 ‘빛나거나 미치거나’ 시나리오를 보고 제가 꼭 하고 싶다고 했어요. ‘괜히 했다가 좋은 이미지 없어지는 거 아니냐’, ‘복귀가 너무 빠르다’ 주변에서 우려도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너무 욕심이 나서 무리해서 했는데 안했으면 후회 할 뻔 했어요.”
장보리와 신율 모두 밝은 캐릭터였다. 이에 오연서는 1월 열린 ‘빛나거나 미치거나’ 제작발표회에서도 두 캐릭터의 밝은 성격이 공통됨을 인정하며 “이번 캐릭터도 밝은 모습이 비슷하지만 굳이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는 부담은 없다. 신율의 밝음을 보여드리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오연서의 포부처럼 장보리와는 다른 신율만의 밝음을 연기했다.
“제가 작품을 고를 때 가장 많이 보는 것은 캐릭터가 얼마나 밝느냐에요 ‘넝쿨째 굴러온 당신’ 말숙이 이후로 줄곧 밝은 캐릭터들만 맡아왔어요. 하지만 그 밝음은 모두 달랐죠. 밝지만 안하무인이기도 했고, 보이시하기도 했고 억척스럽기도 했어요. 진취적이면서 남자에 기대지않는 성장형 캐릭터도 선호해요. 역할들이 성숙해지면 저도 성숙해지는 기분이 들거든요. 많은 분들이 악녀는 안하냐고 하시는데 아직까지는 조금 더 좋아하고 제가 잘할 수 있는거 보여드리고 싶어요.”
오연서가 맡은 신율은 발해의 마지막 공주답게 밝고 청초한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극 중반까지 왕소(장혁)을 속이기 위해 남장을 했다. 오연서는 남장을 한 개봉과 청해상단의 부단주인 신율을 오가며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정말 많이 바꿨을 땐 하루에 4번 신율과 개봉이를 오가면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이 했던 남장 캐릭터들은 모두를 속여야만 저는 장혁씨 한 명만 속이면 되니까 애교도 부리고 옷과 헤어도 남성적인 것보다 오히려 중성적인 것을 선택했거든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예쁘게 봐주신 것 같아요. 감독님도 장혁씨도 모두 신율보다 개봉이가 더 예쁘다고 하세요. 저도 사실 개봉이가 연기하기가 더 편했어요.”
오연서는 극중 다양한 상대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저주받은 고려의 왕자 왕소(장혁)와는 유쾌하면서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그려냈고, 청해상단 식구들과는 코믹한 호흡을 맞췄다. 왕욱(임주환)의 애틋한 짝사랑을 받아주기도 했으며 황보여원(이하늬)과는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장혁 씨가 너무 잘 챙겨주시고 배려해주셨어요. 아무래도 개봉이와 소소일 때 몸으로 부대끼는 연기가 많아서 더 많이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청해상단 식구들과는 항상 즐거웠어요. ‘현웃(현실웃음)’이라고 하죠? 애드리브 때문에 현웃이 나올 때가 많았어요. 드라마 종영하면서 청해상단 식구들과 헤어질 때는 정말 가족이랑 헤어지는 것 같았어요. 임주환씨는 실제 성격도 진지하고 섬세하세요, 그래서 제가 고민상담을 많이했죠. 하늬 언니랑도 처음엔 도도할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털털한 성격이어서 장난도 많이 치면서 극 중 기싸움 한 것과는 전혀 다르게 잘 지냈어요.”
겨울에 사극을 찍는 다는 것은 특히나 여배우에게 참 힘든 일이다. 현대극에 비해 장소도 야외가 많은 편인데다가 특히 여성 한복 의상에는 많은 옷을 껴입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연서 역시 추운겨울 사극을 찍으며 많은 고생을 했다.
“MBC 용인 사극세트장에 갇혀서 정말 추웠어요. 물론 현대극도 춥겠지만 현대극은 세트장외에도 차안, 커피숍, 백화점 등 실내 장면이 많잖아요. 그런데 사극은 산, 들, 강가가 주를 이루니까 추웠어요. 특히 신율옷은 여성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하늘하늘 거려서 안에 다 옷도 많이 못껴입었어요, 그런데 감기는 한 번도 안걸렸어요. 아무래도 아프면 저만 손해라고 생각했기에 정신력으로 버틴 것 같아요. 공식적 스케줄이 모두 끝나면 많이 아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