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경제통] 박원석 “고용·임금·자영업자 안정… ‘소득 주도’ 성장으로 전환할 때”

입력 2015-04-30 10:16수정 2015-04-30 15:47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경제 살리기에 정부 재정 역할 긴요… 언제까지 ‘증세 없는 복지’ 외치나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연말정산·담뱃값 인상 등 우회 증세를 통한 부작용만 생겼다”며 “세수 결손의 해결책은 결국 법인세 인상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노진환 기자)

우리 경제가 정부의 갖가지 처방에도 사방이 막힌 듯 답답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야권의 경제 브레인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첫 단추부터 잘못 달았다”고 일갈했다. 답은 증세밖에 없으며, ‘법인세’ 시행 등 세제개편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고용과 임금 그리고 자영업자 경영의 안정을 통해 낡은 ‘이윤주도 성장전략’을 버리고 ‘소득주도 성장전략’으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얘기부터 들어가겠다. 안홍철 KIC 사장 문제로 파행이 지속되고 있는데 최근 LA다저스 독단적 투자를 비롯해 직원들의 통화기록 내역 제출 등을 밝혀내면서 ‘저격수’로 떠올랐다. 사건에 대한 소개와 기재위에서 안 사장의 문제가 어떤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나.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자질이 미달되는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LA 다저스 사건도 투자예비심의위원회를 통해서 사전에 실무적 검토가 이뤄지고 투자위원회 가서 의사 결정하는 것이 부동산이나 스포츠 구단 투자 프로토콜이다. 왜냐하면 함부로 운영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 프로토콜 무시하고 LA다저스 대주주를 만나서 매각의사 타진하다가 미주 중앙일보에 기사가 실렸다. 국내언론에 보도되고 문제되니까 투자예비심사에 참여한 직원들 불러서 6개월 통화기록을 요구했다. 일종의 사찰이다. 투자공사 미래를 위해서도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되고 물러나야 마땅하다. 감사원이 감사 착수 중인데 직무상 문제점들이 드러날 수 있고 불명예스럽게 나가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기재위 조세소위에서는 연말정산 보완 대책이 가장 뜨거운 이슈로 자리 잡았다. 여당에서 출산·입양 세액공제를 신설하고 자녀의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는데 5~6월에 근로자들이 소급을 받을 수 있도록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평가하며, 생각하고 있는 다른 보완책이 있는가.

“결국 2013년 세법개정안이 애초부터 잘못됐다는 것이 확인됐다. 정부가 두 가지 목적을 얘기했는데 하나는 소득세제 내의 형평성이다. 이는 소득 재분배 기능강화이다. 기존의 공제제도는 소득이 많은 사람이 공제를 더 받는 것이어서 세액공제로 바꾸겠다는 것인데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또 하나 취지가 면세자가 많으니까 세액공제로 바꿔서 과세기반을 확대하겠다는 목적이었는데, 하나도 충족된 것이 없다. 저소득층에서 추가 부담을 없애겠다더니 오히려 205만명이 늘었다. 소득세제 누진도는 세제개편을 통해서 강화됐다고 보기 어려운 동일소득구간 내에서의 편차 문제가 발생했다. 2013년 세법 개정 이전에 면세자 비율이 31.2%였다. 이게 2013년 세법개정으로 45.7%로 늘어났고 이번 사후보완대책을 통해서 48.2%까지 늘어났다. 지난 10년 동안 소득세제 개편의 일관된 방향은 면세자 축소였는데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건 쉽게 회복이 안 된다. 세법개정은 엉망이 됐다. 이번 사후대책 중 연소득 5500만원 이하 중에서 세금이 늘어난 사람들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문제점은 5500만원이라는 기준이 세 부담의 성역이 됐다는 것이다. 또 5500만원 이하에서 세금 부담이 준 사람은 훨씬 많은데 아무 조치도 안 취했다. 상위구간에 있어서 세금 부담이 준 사람도 늘어난 사람도 있는데 아무 조치를 안 취하면 형평성이 있는 조치인가 묻고 싶다. 땜질식 사후보완책을 입법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소득세 문제점에 대해 논의를 통해 필요하면 세율도 올려야 하고 과표도 조정하고, 비과세 감면도 축소해야 한다. 사후보완책을 졸속으로 입법하면 수혜자가 생기는데 이걸 조정하면 또다시 저항한다. 정부는 결국 세수 몇 천억원 늘리려다가 세수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누군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는 재정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담뱃세를 올리는 등의 정책으로 ‘서민증세’라는 비판을 듣고 있으면서도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불가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연말정산 문제만 하더라도 증세 없는 복지다. 증세 안 하면 세수 늘릴 방법이 없으니 꼼수 증세한 것이다. 이번에도 결과적으로 세금 늘어난 사람들은 고소득자들이다. 간단한 방법은 세율인상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을 못하니 면세자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겼다.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마찬가지다. 차라리 세율을 올리는 게 부작용이 덜했을 텐데 책임을 지기 싫어서 우회 증세하다가 부작용만 생겼다. 정작 손을 대야 할 세금은 안 대고 법인세가 대표적이다. 왜 근로자나 서민들에게만 부담을 전가시키나. 실은 이게 연말정산이나 담뱃값 인상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1년에 세금을 더 내는 게 억울한 게 아니고 차별에 대한 불만이 핵심이다. 담뱃값도 개별소비세를 집어넣었는데 성격상 사치품에 붙이는데 중앙정부 세수부족을 이런 것으로 메우는 것이다. 또 흡연율도 그대로다. 4500원으로 올린 것은 세수효과가 제일 크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이 서민들로 하여금 정부의 세제정책에 불신을 가진 원인이다. 지금 재정이 어렵다. 한해 25조원씩 적자가 나는데 정부에서는 적자재정을 크게 걱정할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2018년까지 낙관적인 전망 하에서도 매년 30조원 적자를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세수결손이 11조원 났다. 경기를 살리려면 정부재정이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진작효과를 볼 수 없는 것이다. 답은 증세밖에 없는데 증세하려면 법인세를 시행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기재부가 완강하다. ‘기업이 떠날 것’이라는 등의 근거 없는 이데올로기로 법인세를 가로막고 있다. ‘증세없는 복지’라고 하더니 ‘복지없는 증세’만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규제완화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박 의원이 생각하는 바는 어떠한가.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소득주도 경제활성화’를 전면에 내세웠으나 정작 가계소득을 늘리는 정책은 찾아볼 수도 없고 저성장을 극복하지도 못했다. 무분별한 자금차입규제 완화 등으로 인해 거시경제적 리스크만 키우고 있다. 우선 거시경제적 리스크를 확대시켰다는 측면에서 ‘위험한 경제정책’이다. 두 번째 우려스러운 수준까지 악화된 ‘저성장 저물가’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무기력한 경제정책’이다. 세 번째로 ‘46조원+a’ 패키지로 불리는 재정확대 정책은 성장에는 기여하지 못한 채 재정적자만 키운 ‘무책임한 경제정책’이다.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더니, 길을 잃고 헤메는 꼴이다.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고용과 임금 그리고 자영업자 경영의 안정을 통해 그간의 진행돼온 낡은 이윤주도 성장전략을 버리고 소득주도 성장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청년 실업 해소 정책의 일환으로 해외진출을 언급하기도 했다. 일자리 문제는 역대 정부에서 풀지 못하는 숙제가 되곤 했는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3월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이 10.7%로 역대 최고인 2월(11.1%)에 이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청년실업률이 7%에서 8% 초반대를 유지했었는데, 작년에는 9.1%로 크게 상승했다. 전체 실업률이 3% 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됐음에도 유독 청년실업률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기업의 책임을 요구해야 할 때라고 본다. 정의당에서는 공공부문의 의무고용 비율을 5%로 확대(현재 3%)하고, 300인 이상 대기업에도 의무 적용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으로 ‘반값 부동산’ 등 거래 활성화 정책을 중점적으로 펴고 있다.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는 대신 기업형 임대주택 특별법의 통과를 주장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기존의 정부 부동산 대책은 결국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이었다. 가계 부채가 1100조원 가까이 늘어났고 가처분소득이 위축됐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60%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LTV·DTI 규제 완화하면서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했다. 그리고 가계부채를 쥐고 있는 차주들의 연령대도 내려가고 있다. 과거 40~50대가 주요 차주였다면 30대로 전이가 되고 있다. 한참 벌어서 소비로 내수를 진작해야 하는데 여기서 빚에 허덕이면 한국 경제 미래가 없다. 더 큰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기가 안 살아난다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반짝이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 전망은 ‘하향 안정화’가 불가피하다. 왜냐하면 인구가 줄어 구매 계층이 줄어들고 있고 집을 더 살 여력도 없다. 인위적으로 활성화하면 그 자체로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한국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정책수단이 아니라고 본다. 최근 정부에서 ‘안심전환대출’을 내놨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고 금리를 올리면 자본유출 우려가 있다. 단기적으로 금리를 변경하기 어렵다. 길게 보면 2년에서 5년 시계 보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안심전환대출이 ‘원리금 동시상환 대출’이다. 나중에 못 갚고 나가떨어진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못지않은 주택담보대출 가계부채를 뇌관으로 한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 결국 주택시장을 점진적으로 안정화시키고 자연스럽게 연착륙을 유도하는 정책을 취해야 한다.”

△최근 추진하는 법안이나 정책 중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이 있으면 소개해달라.

“국회에서 입법화에 대해서 여야가 합의했는데 ‘사회적경제기본법’의 경우 재정법이다. 여당에서 유승민 원내대표하고 야당에서 새정치연합 신계륜 의원하고 저하고 세 사람이 재정 법안을 각각 냈다. 세 가지 법안을 비교해서 여야가 합의한 안이 나와 있다. 취지는 시장의 실패가 일상화된 시대를 살고 있는데 정부 실패도 일상화 돼 있다. 시장 실패는 정부가 보완하는데 정부 실패는 누가 보완하나. 그런 점에서 자본주의 보완재로서 사회적 경제 영역이 중요하다는 의미가 있다. 복지수요가 앞으로 늘어나서 ‘중부담 중복지’로 갈 텐데 정부가 부담하기 어렵다. 자구적인 기능이 제3섹터에서 동시에 작용해야 하는데 그게 사회적경제의 영역이라고 본다. 일종의 복지기능을 갖고 있는데 지금 건강보험 보장성이 60% 초반대다. 국민들이 건강에 지출하는 부담을 완화시키기 어렵다. 의료 생협이 자조적이고 자구적인 협동조합이니까 건강보험 지출 등 사회복지를 보완하는 보완재로서 필요하다. 시장경제의 공공경제 축을 이루는 것으로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가 안고 있는 기능을 보완하는 보완재로서 기능하고 있다. 법안은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지만 소위에서 통과가 안 되고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