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엔 ‘작은 거인’이 있다. 지난해 미즈노 클래식에서 우승을 거머쥔 이미향(21ㆍ볼빅)이다. 신장 162㎝. 골프선수로서는 비교적 단신이지만 그가 지닌 잠재력은 크고 웅장하다.
이미향은 지난해 프로 데뷔 3년 만에 첫 우승을 일궈냈다. 미즈노 클래식 마지막 날 경기에서 이일희(27ㆍ볼빅), 고즈마 고토노(23ㆍ일본)와 동타를 이룬 뒤 가진 다섯 번째 연장 승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힘겨운 우승을 차지했다.
그의 무기는 강한 정신력과 정확한 아이언샷이다. 3년간의 LPGA투어 무명 생활을 거치면서 단련된 강심장은 혹독한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아이언샷 정확도는 오히려 집중력을 발휘했다.
올 시즌 드라이브샷 평균 비거리는 251.22야드로 51위에 불과하지만 그린 적중률은 74.51%로 11위다. 장타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게임을 유리하게 끌고나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이터다. 그가 ‘작은 거인’이라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향의 잠재력은 2012년 시메트라 투어(2부) 신인왕을 차지하면서 재조명됐다. 2013년에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 공동 19위에 올랐고, 미즈노 클래식 한 달 전에 열린 레인우드 클래식에서는 공동 6위를 차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초 열린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뉴질랜드 여자오픈에서는 리디아 고(18ㆍ캘러웨이골프)에 한 타 차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올해는 10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한국선수 5명(최나연ㆍ김세영ㆍ양희영ㆍ박인비ㆍ김효주)이 우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미향은 지난해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이미향은 “아무래도 한국에서 최강자였던 선수들이 올해 루키로 데뷔했기 때문에 우승 경쟁이 더 치열해진 것 같아요”라며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앞으로도 한국선수 간 치열한 우승 경쟁은 계속되지 않을까요”라고 내다봤다.
이미향이 생각하는 한국선수들의 장점은 정교함이다. “한국선수들이 외국선수들에 비해 섬세한 경기를 해요”라며 “그 미묘한 차이가 경기 결과를 좌우하는 것 같아요”라고 분석했다. 그건 이미향 본인의 장점이기도 했다.
물론 골프가 뜻대로 되는 건 아니다. 그럴 때마다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는 가중된다. 경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이미향은 평범한 일상을 통해 스트레스와 멀리한다. 그는 평소 프로야구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기분전환을 한다. 그럴 땐 여느 20대 여성과 다를 게 없다. 특히 SK 와이번스 좌완 투수 김광현(27)을 좋아한다. 올해 여름에는 SK 와이번스의 홈구장인 인천 문학구장에서 시구를 할 계획까지 세워뒀단다.
LPGA투어 진출을 준비하는 후배 선수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주문은 긍정적 사고와 강인한 체력이다. “영어를 잘하면 좋겠지만 그것 때문에 너무 부담 갖는 것도 좋지 않을 것 같아요. 사실 영어는 현지에서 직접 부딪히면서 배우면 금방 익힐 수 있거든요.”
단 한 가지 그가 강조하는 건 체력이다. “체력에 대해서는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죠. 1년 내내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체력이 중요해요. 체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게 아니니까 지금부터 꾸준히 준비하세요”라고 당부했다.
◇이미향은?
▪생년월일 : 1993년 3월 30일 ▪신장 : 162㎝ ▪출신교 : 함평골프고-한국골프대학 경기지도과 ▪LPGA투어 데뷔 : 2012년 시메트라 투어 ▪메인스폰서 : 볼빅 ▪의류스폰서 : MU스포츠 ▪주요 입상 경력 : 2012년 LPGA 시메트라 투어 시메트라 클래식 우승, 2012년 LPGA 시메트라 투어 상금왕, 2014년 미즈노 클래식 우승, 2014년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뉴질랜드 여자오픈 우승 ▪특기 : 아이언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