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 주식자산 승계율 1년여새 약 6%p ↑
30대 그룹 오너 일가의 주식자산 승계율이 1년새 6%포인트가량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SDS와 제일모직 상장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삼남매의 주식자산 승계율이 두 배 이상 상승했다.
10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최근 1년 4개월여 동안 30대 그룹 중 총수가 있는 26개 그룹의 주식자산 승계율 변동내역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초 34.1%였던 주식자산 승계율은 이달 7일 종가 기준 39.9%로 5.8%포인트 높아졌다.
주식자산 승계율이란 경영권을 가진 총수·부인·자녀 등 대주주 일가가 보유한 전체 주식자산 가운데 자녀에게 이전된 주식자산 비율을 나타낸다. 주식자산은 상장사의 경우 5월 7일 종가 기준, 비상장사는 2014 회계연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순자본가치에 개인별 보유 지분율을 곱해 산출됐다.
이번 조사에서 주식을 보유한 부모세대 경영자는 127명, 자녀세대는 210명이다.
삼성의 경우 이 회장과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의 주식가치는 5.3% 증가한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사장 등 삼남매의 주식가치는 3조7000억원에서 12조4000억원으로 234.7% 늘었다. 지분 자체의 변동은 없지만 삼성SDS와 제일모직 상장으로 삼남매의 보유 주식가치 평가액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 일가의 주식자산 승계율은 조사기간 22%에서 48%로 배 이상 높아졌다. 제일모직과 삼성SDS 지분을 각각 23.24%, 11.25% 보유한 이 부회장은 주식자산이 2조6000억원에서 7조8000억원으로 5조원 이상 늘었다. 제일모직과 삼성SDS 주식을 각각 7.75%·3.90% 보유한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의 주식 평가액도 6200억원, 4800억원에서 2조3000억원, 2조2000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삼성을 제외한 25개 그룹 2~4세의 주식가치는 21조원에서 20조2000억원으로 7800억원(3.7%) 줄었고 주식자산 승계율은 37.7%에서 36.3%로 1.4%포인트 낮아졌다.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쇼핑의 주가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현대차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해소를 위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처분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롯데쇼핑 주가 하락으로 13.5%의 지분을 보유한 롯데가 2세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주식가치가 1조7000여억원에서 1조800억원으로 각각 6300억원(36.8%)씩 감소했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처분하며 지분율이 43.4%에서 29.9%로 낮아졌다. 이에 주식평가액은 정 회장이 1조원에서 6000억원으로, 정 부회장이 2조8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각각 떨어졌다.
30대 그룹 중 자산 승계가 거의 완성됐거나 마무리 단계인 곳은 롯데와 KCC, 현대백화점 등이다. 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 등 1세대 경영자들의 지분가치가 3200억원이며 신동빈 회장 등 2세가 3조5000억원으로 승계율이 91.7%로 가장 높았다.
KCC와 현대백화점은 정상영·정몽근 세대에서 정몽진·정지선 세대로 각각 87.1%와 84% 수준의 주식자산 승계가 이뤄졌다. 이어 효성(74.3%), 두산(73.8%), 동부(70.8%), 금호아시아나(68.4%), 영풍(장형진 일가, 53.2%) 등 8개 그룹이 후계 세대의 주식자산이 승계 세대를 앞섰다.
반면 삼성을 비롯한 18개 그룹은 승계 세대의 주식자산이 후계 세대보다 많았다. 그룹별 주식자산 승계율을 보면 삼성(47.5%), 대림(43.2%), 신세계(40.2%)는 40%대였고, 영풍(최창걸 일가, 39.9%), 한화(37,4%), 현대차(37.3%)는 30%대로 나타났다.
한진(조양호 일가, 24.5%), OCI(22.3%), GS(22.1%), LG(21.5%), LS(18.9%), 미래에셋(10.9%) 등의 승계율은 10~20%대에 그쳤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대주주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주식가치가 1조원 이상인데 반해 아들인 정기선 상무는 현대중공업 주식 53주를 보유해 승계율이 0에 가까웠다. 더불어 SK(0.3%), 부영(2.3%), CJ(3.0%), 현대(5.5%), 동국제강(8.5%) 등도 승계율이 한 자릿수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