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재단은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애착을 갖고 이끌어 온 만큼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작년 5월 이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한 직후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 부회장은 지난 1년간 정보기술(IT)·금융·바이오 등 삼성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직접 챙겼다. 이 회장 지근거리에서 조용히 뒷자리만 지켜왔던 만큼 이 부회장의 행보는 더욱 눈에 띄었다.
이 부회장은 전 세계 유력 인사들과 활발한 만남을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흔들림 없는 삼성의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글로벌 광폭행보를 통해 삼성을 둘러싼 각종 현안을 하나씩 풀어나가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승계 얘기가 나올 때마다 시기상조라며 선을 그었다. 이 부회장 역시 현장으로 달려가 이 회장의 빈자리를 메우는데 온 신경을 쏟았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심각한 사업부진을 겪는 등 그룹 전반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해법을 찾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문화재단 신임 이사장 선임은 지난 1년간 소문만 무성했던 후계 구도를 기정사실화하는 첫 사례로 평가된다. 두 재단은 설립 이후 줄곧 삼성그룹 회장이 이끌어왔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1982년 사회복지법인 동방사회복지재단으로 설립돼 1991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보육사업과 삼성서울병원, 삼성노블카운티를 건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주요사업으로 삼성어린이집 운영비 지원, 삼성행복대상 시상 등을 추진 중이다. 제1회 삼성행복대상 시상식은 2013년에 개최된 바 있다.
삼성문화재단은 지난 1965년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이 설립기금 10억원을 투자해 설립했다. 미술관 사업으로 삼성미술관 리움, 플라토, 호암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한국 고미술 해외 전시 개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후원, 악기은행 등 다양한 문화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신진 작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한국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등 다양한 문화예술 공헌사업과 해외 명문대 유학생을 지원하는 장학사업도 펼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들 재단을 이끌게 되면서 삼성가 3세로서 경영뿐만 아니라 창업주부터 시작된 사회적 책임까지 이어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