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미국 군(軍) 연구소에서 부주의로 탄저균이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로 배송된 사고와 관련해 미측으로부터 관련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28일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미측은 27일 외교부와 국방부, 질병관리본부 등 우리 정부에 피해 현황과 관련 조치사항, 향후 조치 계획 등을 알려온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한미군 측은 사고원인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결과를 우리 측에 통보할 예정”이라면서 “관련 조사는 우리 질병관리본부와 긴밀히 협업하는 가운데 이뤄질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주한미군 측은 민간업자를 통해 오산기지로 배송된 탄저균이 비활성화된 실험(훈련)용 표본으로 인식하고 우리 정부에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험용 표본은 27일 이전에 오산기지로 배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미측은 주한미군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위협 물질 반입 때 우리 질병관리본부에 통보하는 데 이번에는 비활성화된 훈련용 표본으로 알고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미군 측은 비활성화된 훈련용 표본을 그간 사전에 우리 정부에 통고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살아 있는 탄저균 표본이 주한미군에 반입된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미군 측은 오산기지의 ‘주한미군 합동위협인식연구소(ITRP)’에서 탄저균 등을 탐지, 정밀식별, 조기경보, 생물감시정보 공유 방식으로 훈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일단 이번 사건을 SOFA 규정 운영상의 문제로 제기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에 대해 현재까지 나온 정보를 가지고 SOFA 규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SOFA 양해사항에는 격리대상 질병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확인서를 미군 당국이 보건복지부에 제출하도록 하는 조항(26조 1항)이 있지만, 신고 시점이 ‘분기별’로 규정돼 있어 미군 조치가 해당 조항에 직접적으로 위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조항은 ‘질병이 발견되면 주한미군은 한국 보건당국에 즉시 통보한다’고도 하고 있어 미군 대응이 적절했느냐는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 주한미군 측은 탄저균 표본이 살아있을 가능성을 내부적으로 언제 인지했는지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합중국 군대에 탁송된 군사 화물’에 대해 세관 검사를 하지 않는다는 SOFA 규정(9조 5항) 때문에 철저한 점검이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정부는 현재 질병관리본부 등이 참여해 진행하는 조사에서 미군 측의 부주의가 확인되면 재발 방지를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나 후속 조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미 간에 이견이 생길 경우 SOFA 운영 기구에서 다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과 미국은 매년 2차례 정례적으로 ‘SOFA 합동위원회’를 열어 SOFA 운영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각종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는 합동위 산하의 여러 분과위에서 이뤄진다.
정부의 또다른 소식통은 “SOFA 차원에서 제기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본다”며 “협조가 잘 되지 않는다든지 문제가 생기면 분과위 차원에서 우선 논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