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 “다각적 검토 중”… 이통사는 KT·LGU+ 가능성… 우리은행·기업은행 설립 채비
박근혜 정부가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을 위한 규제를 대폭 완화키로 방침을 정하면서 업종별, 기업별로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정보통신기술(ICT)업계와 금융업계다. 향후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이 본격화될 경우 양 진영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1일 ICT업계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비대면 실명인증 허용과 은산(은행-산업자본)분리 규제 완화 등 규제개혁에 나서면서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기준에서 대기업의 참여를 불허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ICT업계와 금융업계의 경쟁구도가 그려진다. 현재 정부 내에서 유력하게 검토되는 안은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에 대해서는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을 제한하는 방안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공기업을 제외하고 50여개 대기업이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 제한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ICT업계에서도 정부가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정책지원에 나선다면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을 꺼릴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다.
ICT업계에서는 다음카카오가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위해 모바일 은행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움직이고 있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과 관련한 TF를 구성해 여러 시각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정부의 정책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내부적으로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개인 간 송금 서비스인 뱅크월렛카카오를 운영 중인 다음카카오는 모바일 기반으로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25일 네이버페이를 출시하는 네이버는 다음카카오에 비해 소극적인 자세다. 현재까지의 기조는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게 맞다”며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럼에도 ICT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 등 전반적인 환경이 개선되면 네이버도 진출을 고민할 것이란 시각이다.
이동통신사에서는 KT와 L유플러스가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KT는 지난 2월 우리은행과 사물인터넷(IoT)ㆍ핀테크 사업 협력을 위한 협약을, 지난 4월엔 대구은행과 핀테크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LG유플러스는 신용카드 PG사업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에 나설 잠재적 후보군은 또 있다. ICT 기반의 지불결제시스템(PG) 업체들이다. KG이니시스와 한국사이버결제가 대표적이다. 두 기업 모두 신용카드 PG 기업이다. 휴대폰 결제기업인 다날이나 KG모빌리언스도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이 가능한 ICT기업이다.
또 간편결제 사업을 준비 중인 NHN엔터테인먼트도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까지 고민할 여지는 충분하다. 앞서 NHN엔터는 지난해 전자결제 전문업체인 한국사이버결제를 인수한 상태다.
국내 벤처 1세대 기업인 다우기술을 모태로 성장한 다우그룹도 계열사인 키움증권을 통해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ICT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ICT 기업들이 정부의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방안’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다”며 “규제완화 수준과 업무영역 등을 구체적으로 알아야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금융업계도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사전작업에 들어갔다. 우리은행에 이어 IBK기업은행이 모바일 기반의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은행도 계열사와 연계한 인터넷 전문은행을 구축하는 방향에서 움직이고 있다.
증권업계도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한국금융투자협회는 현재 8개 증권사와 공동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TF팀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그룹 중에는 롯데그룹이 적극적이다. 요건이 완화된다는 전제로 롯데그룹은 계열사인 이비카드나 PS Net 등을 통해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결국 향후 인터넷 전문은행은 ICT 업계와 금융업계로 양분화돼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