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단원자층 투명 전도체를 유연 필름 위에 전사하는 롤투롤 생산시스템을 개발해 차세대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그래핀의 대량생산 길을 앞당겼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기계연구원(원장 임용택)은 유연 터치패널용 그래핀(graphene)의 대량생산이 가능한 핵심원천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전기전도도, 강도, 유연성 등이 뛰어나면서도 가격 경쟁력이 있는 그래핀은 투명전극의 소재로 쓰여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제품 등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단원자층으로 구성된 그래핀은 매우 작은 힘에 의해서도 쉽게 파손되는 특성이 있으며, 전사 과정 중에 그래핀이 파손되면 전기적 특성이 크게 저하되는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파손을 제어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그래핀 응용의 열쇠로 여겨져 왔다.
기계연 나노역학연구실 김재현 박사팀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에 보유한 나노스케일 두께 박막의 파손 거동을 평가하는 기술을 통해 그래핀이 손상되는 양상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파손을 줄이기 위해 전사 공정 시에 그래핀에 전달되는 마찰력, 수직항력, 인장력 등을 동시에 줄이거나, 일정한 값으로 유지하는 다축 하중 제어 기술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통해 연구팀은 합성된 그래핀을 열박리테이프에 붙이고 온도차가 있는 롤러쌍 두 개를 활용해 그래핀을 유연기판으로 전사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전사하는 과정에서 그래핀이 파손되지 않도록 롤러의 상대적 속도 및 다축 하중을 제어해 연속공정이 가능한 롤투롤 장비를 구현한 것이다. 이로써 전기적 특성이 우수하면서도 균일성이 매우 높은 그래핀 유연 필름을 높은 생산성으로 대면적으로 전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지금까지는 그래핀 고품질 합성 기술, 안정적 도핑 기술, 패터닝 기술 등 다양한 기반 기술이 확보되어 있었지만, 전사된 그래핀의 품질이나 면저항 균일도를 제어할 수 없었다. 따라서 고품질 그래핀을 대량으로 제조하기 위한 이번 대면적 롤투롤 전사 기술 개발은 공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래핀은 태양전지와 디스플레용 투명전극에서 더 나아가 전자소자용 확산ㆍ투습 방지층, 방열ㆍ발열 필름, 초고속 RF 소자 등에 적용 가능한 재료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번 개발로 우리나라가 그래핀을 활용한 제품의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책임자인 김재현 박사는 “그래핀은 메탄가스로부터 저렴한 비용으로 합성이 가능하지만 그래핀 투명 전도체 필름의 전기적 특성이 일정하지 않아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이번 개발이 터치패널, 열전달 필름, 전자파 차폐ㆍ변조 필름 등 다양한 그래핀 응용 제품을 상용화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