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등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유명세…엔론ㆍTWA 등 구조조정에 관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면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77년 설립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엘리엇어소시에이츠와 엘리엇인터내셔널 등 2개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며, 운용자산이 260억 달러(약 29조원)에 달한다. ‘행동주의 투자자’로 알려진 폴 싱어가 설립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싱어가 미국 월가에서 가장 존경 받는 헤지펀드 매니저 중 하나라고 소개한 바 있다.
공식적으로 엘리엇이 밝힌 투자 전략은 주주가치 증대와 도덕적인 기업지배구조라는 바탕에 모든 주주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적극적 투자자이다.
국내에선 아직 생소하지만 엘리엇은 아르헨티나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일으킨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유명하다. 그간 엘리엇은 채무 위기에 직면한 나라의 국채나 기업의 자산을 헐값에 사들여 고수익을 냈다.
지난 2001년 아르헨티나가 1000억 달러 규모의 디폴트를 선언할 당시 아르헨티나 정부는 2005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93%에 달하는 디폴트 국채를 할인된 새 국채로 바꿔줬다. 당시 엘리엇의 자회사인 NML캐피털과 오렐리우스매니지먼트 등 일부 미국 헤지펀드는 채무 조정을 거부하고, 아르헨티나의 채무 원금과 이자 전액을 지급하라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미국 대법원은 지난해 아르헨티나에 채무 전액인 15억 달러를 갚으라고 최종 판결했다. 이 여파로 아르헨티나는 또 다시 디폴트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엘리엇은 이 과정에서 아르헨티나 대통령 전용기와 해군 함정까지 압류를 시도하는 철저한 근성으로 주목을 받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은 아르헨 디폴트 사태를 비롯 미국 굴지의 항공사인 TWA, 통신사 MCI와 월드컴, 회계부정 스캔들로 유명한 엔론 등 2000년대 초 사라진 기업들의 구조조정에 관여한 저력(?)있는 헤지펀드”라며 “삼성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편에 엘리엇이 과연 어떻게 이빨을 드러낼 지 관전포인트”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