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형수 알서포트㈜ 대표이사
SW 개발자의 길,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
저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입니다. 기업을 경영하기 전에도 그랬고, 기업을 경영한 후에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경영자로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경영 철학과 ‘직원이 행복을 찾을 것’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알서포트를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제 철학과 꿈을 이루기 위한 길지 않은 저의 경험이 동료, 후배 기업가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조심스레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1988년 LG전자(구 금성사) 창원 제2공장 자재부 구매과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회사 PC로 프로그래밍을 독학하며 개발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를 창업하며 기업 경영을 향한 첫 경험을 쌓았습니다.
1년 뒤 당시 안랩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보안업체 하우리의 연구소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업계 최초로 온라인 보안관제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원격지원이란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했으나 하우리에선 그 꿈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원격지원 SW를 세상에 내놓고 싶은 마음에 2001년 ‘알서포트’를 창업했습니다. 인터넷의 발전과 더불어 알서포트의 원격지원 SW ‘리모트 콜(Remote Call)’은 많은 IT기업에 편리한 고객지원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또 창업 초기부터 해외 진출을 고려한 전략 수립으로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일본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난관이 있었지만 일본 시장점유율 1위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어 SW 종주국으로 볼 수 있는 미국 국방부 공급 계약으로 자연스럽게 미국 진출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세계 곳곳에 산재한 미군 PC를 관리하기 위한 원격지원 시스템이 필요했던 미 국방부의 경쟁 입찰에 참여해 세계 20개 지역에 접속하는 벤치마크 테스트로 본격적인 성능 검증에 들어갔습니다. 경쟁 업체는 대부분 접속에 실패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반면 알서포트는 100% 접속 성공률을 보이며 최종 선정됐으며, VRVD엔진을 기반으로 한 빠른 처리 속도 또한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확실한 기술력 차이의 비밀은 힘들게 일본 시장을 공략하며 쌓은 노하우에 있었고 철저한 보안을 중시하는 일본 시장에 맞추고자 제품을 개선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클라우드란 용어가 일반적이지만, 당시에는 생소했던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란 임대형 SW 모델로 안정적인 운영 매출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PC에 이어 2007년 모바일의 급성장을 예측하고 세계 최초로 개발한 모바일 원격지원 솔루션 ‘리모트콜 모바일팩(Remote Call + mobile pack)’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모바일 시장과 맞물려, 국내는 물론 일본 및 아시아 시장점유율 1위, 글로벌 5위의 자리에 오르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제가 자랑하기 위해 성공 이야기를 풀어놓은 것이 아닙니다. 무엇이 기업을 성공하게 만들었으며, 어떤 마음으로 14년 동안 알서포트를 경영해왔는지에 대해 창업을 꿈꾸는, 또는 이제 막 창업을 한 이들에게 나름의 조언을 드리고자 함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경험담에서 2가지의 성공 포인트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원격이란 ‘비즈니스 모델과 시대 선도‘, ‘지속적인 기술 개발’입니다. 여기에 저는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을 세번째의 성공 포인트로 놓고자 합니다.
원격이란 말이 생소하던 2000년 초 ‘원격SW’를 임대해 사용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창업을 했고,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진입장벽을 높였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창업과 기술장벽을 높이기 위해선 사람에 대한 투자가 주효했습니다.
학벌보다 실력과 가능성을 먼저 보니, 컴퓨터를 좋아하고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이 자연스럽게 알서포트에 모여들었습니다. 이렇게 3대 요소가 서로 선순환을 일으키며 자연스럽게 회사는 커져 갔고 2014년에는 코스닥 상장까지 이뤄낸 1세대 벤처기업이 되었습니다.
눈앞의 이익․빠른 성공보다
확고한 철학으로 미래 청사진
직원 행복, 고객에 대한 배려
존경받는 기업의 필수조건
최근 내수시장 극복과 청년 취업문제 해소를 위한 스타트업 육성정책으로 인해 창업붐이라 불릴 정도로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무기로 수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2000년 초 인터넷 혁명으로 벤처붐이 일던 시절을 보듯, 2010년대 모바일 혁명으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점과 적절히 맞물린 스타트업 육성 정책이 큰 빛을 보고 있는 듯합니다. 대중은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지만, 이미 1세대 벤처붐을 겪은 저는 후배 창업자들에게 앞서 이야기한 3가지의 성공 포인트를 꼭 기억하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승부하며 하루에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고, 나름의 성공을 거두는 것 같이 보입니다. 하지만 백년대계를 내다보면서 제품과 기업에 애착을 갖는 기업가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업간 인수합병(M&A)은 투자와 기술 개발을 활성화시키는 긍정적인 면이 큽니다. 하지만 ‘제품의 빠른 성공이 돈’이라는 경제논리에만 집착하는 면은 없는지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하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일례로 미국의 자포스,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기업들은 유능한 인재를 확충해 비즈니스 모델을 꾸준히 확장하고 기술 개발에 과감히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세계 톱(TOP) 클래스에 꼽힐 뿐 아니라 수많은 스타트업의 롤모델이 돼 존경받는 기업이 됐습니다.
한국의 스타트업 중 이처럼 기업의 철학과 가치관을 지키며 세계를 대상으로 도전하는 기업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세계는 국경을 초월해 치열한 생존경쟁에 직면해 있습니다. 단순히 아이디어만으로 승부하는 기업이 20~30년은 고사하고 10년은 존속할 수 있을까요?
번뜩이는 비즈니스 모델은 기본이고, 지속적인 인재 육성으로 기술 장벽을 높여가지 않는다면 그 기업의 가치는 신기루 속 허상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그럴 듯하지만 손에 잡힐 수 없는 신기루말입니다.
기업가라면 내 제품, 내 기업에 대한 확고한 철학으로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릴 때 진정한 기업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힘겨운 생존경쟁에서 눈앞의 이익이 중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기업가와 함께하는 동료, 제품, 고객을 배려할 때야말로 100년을 가는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꾸만 저와 알서포트의 이야기를 언급하게 돼 낯 간지럽긴 하지만 저희는 지금도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세계를 향해 도전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주요 파트너인 NTT도코모와 2014년 당사 제품의 수출을 위한 전문유통 JV ‘모비도어즈’를 설립해 알서포트가 직접 진출하지 않은 국가와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또 일본, 미국에 이어 IT시장의 블랙홀로 커가고 있는 중국 시장을 지난 4년간 공략해왔습니다. 시행착오 끝에 지난해에 손익분기점(BEP)을 넘기게 됐습니다. 중국이란 대륙 문화의 특성상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하는 제품보다는 높은 기술력을 가진 고도의 기술제품으로의 승부가 필요했고, 14년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온 리모트콜은 중국 시장에 적합한 모델이었습니다.
이에 작년 중국 내 톱(TOP)5 스마트폰 제조사에 들어가는 ‘오포’ 자회사인 ‘원플러스’와 제품 공급계약뿐 아니라 기술 개발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올해는 중국 톱(TOP)2에 들어가는 글로벌기업 ‘화웨이’와의 공급 계약뿐 아니라 수처리 전문기업 ‘키프웰’ 공급 등 전자·통신을 넘어 수처리 기업까지 다양한 산업군에 공급되고 있습니다.
서두에서 이야기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경영 철학과 ‘직원이 행복을 찾을 것’이란 꿈, ‘한국 대표를 넘어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도약’이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해왔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제는 인터넷에서 모바일을 넘어 IoT(사물인터넷)까지 확대해 원격을 통한 모든 삶의 연결, 즉 알서포트의 슬로건인 ‘Connected Life style’을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약력>
1970년 부산 출생
1996년 경남정보대 졸업
1997년 화창정보통신 개발팀장
1998년 하이드로소프트 창업
1999년 하우리 연구소장
2001년 알서포트 창립 연구소장
2005년 알서포트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