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을 무산시키기 위해 법적 절차에 돌입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최종 목표가 삼성전자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장악력을 확대하고 결국 삼성그룹에 대한 압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엘리엇은 9일 서울중앙지법에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 소송을 신청했다. 내달 17일 개최되는 주총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결의안이 통과되지 못하게 해 달라는 내용이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다.
엘리엇은 "합병안이 명백히 공정하지 않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며 불법적이라고 믿는 데 변함이 없다"며 "합병안이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늘 삼성물산과 이사진들에 대한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법적조치는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엘리엇의 이번 가처분 신청이 궁극적으로 삼성전자를 노린 수라고 해석되는 것은 삼성물산에 보낸 주주제안서 때문이다. 엘리엇은 지난 4일 삼성물산에 이 회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 등을 현물배당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라는 내용을 포함한 주주제안서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지분 4.1%를 보유한 2대주주로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에 현물배당을 요구할 수 있도록 만들려는 작업으로 해석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엘리엇이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할 경우 다른 외국인과 연계해 배당확대, 이사진 교체, 회계장부 열람, 임시주총 소집 등을 요구하며 삼성그룹에 대한 압박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러한 압박을 통해 삼성전자의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삼성전자의 주가가 상승하고 결국 삼성전자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의 가치도 함께 오르게 돼 삼성물산 3대 주주인 엘리엇의 입지도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엘리엇의 움직임에 대해 삼성물산은 "아직 구체적으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어 법원으로부터 통보를 받으면 차분히 대응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