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엄마들 사이에서 부러움을 한 몸에 샀던 소녀가 있었죠.
'천재 한인 소녀 김정윤 양'
이달 초 미주 중앙일보의 보도로 국내에서 화제가 된 인물입니다.
언론에 등장한 김 양의 스펙을 대충 나열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1) 미국 최고 공립과학고인 토머스제퍼슨 기술과학고등학교 재학중.
2) 미국수학능력시험(SAT)만점.
3) 학점(GPA)도 4.6 만점까지...
4) 세계적인 수학자들이 매달려왔던 난제에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
이 천재소녀의 하버드ㆍ스탠퍼드 대학 동시합격 소식이 전해지며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두 명문대가 '천재소녀' 김 양을 특별히 배려해
2년씩 번갈아가며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해줬고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만나자고 제의까지 했다는 내용이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말입니까.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장문의 글.
김 양이 받았다던 대학 합격증이 위조라는 주장이었습니다.
한 네티즌의 일방적 주장이나 비방글이라고 보기엔
구체적인 근거가 꽤 나열돼 있었죠.
이 글이 SNS로 퍼지며 논란이 되자
일부 언론 매체들이 진위 여부 확인에 나섰습니다.
확인 결과...
하버드와 스탠퍼드대 모두 김 양이 받은 합격증이 위조된 것이라고 밝혔죠.
또 김양을 위해 특별히 마련됐다던 '스탠퍼드 2년+하버드 2년'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루 아침에 천재소녀의 역대급 스펙이 '미스터리'로 추락한 것입니다.
물론 천재소녀의 일을 놓고 아직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김 양의 아버지는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며
의혹 보도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국내 라디오에 직접 인터뷰에 응해 자신의 합격사실을 말했던 것을 두고
김 양이 '리플리 증후군'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고 있습니다.
(리플리 증후군은 성취욕구는 강하지만 무능력한 개인이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이를 진실로 믿고 행동하는 인격장애를 말합니다.)
또 다른 곳에서는 '천재소녀'가 아닌 '사기소녀'라는 비아냥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논란의 책임이 전적으로 김 양에게만 있는 것일까요?
물론 이 소녀가 자신에 대한 기대감에 부모를 속였을 지도
김 양의 부모가 브로커에 속았을 지도,
아니면 부모가 '가짜' 합격기를 꾸며낸 낸 것일지도 모를 일입니다만,
이 '천재 소녀' 김 양을 섣불리 욕하기 전에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어 보입니다.
첫째. 팩트 체크를 소홀히 한 언론.
명문대 동시합격에, 세계적 수학자도 못 푸는 난제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전 세계가 주목하는 IT 천재 마크 저커버그가 만나고 싶다고 할 정도면...
사실 미국 현지 지역신문에서라도 한 번쯤 언급됐을 법도 합니다만
구글로 검색해보니...
우리나라 매체의 영문판만이 이를 다루고 있을 뿐
미국 현지 영문기사는 없더군요.
이 대목에서 저를 포함한 모든 언론 매체들이 '천재소녀'의 보도에 앞서
의심을 하고 챙겨야 했던 부분이죠.
둘째 '학벌 중시 문화'
명문대라면 '우러러 보는' 우리 사회 분위기도
이번 논란에 한 몫 했다는 평가입니다.
개인의 능력보다는 어느 학교를 나왔는가에 따라 그 사람을 달리 평가하는
분위기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죠.
'엄친딸' '엄친아'라는 신조어가 나오는 이유도
잊을 만하면 유명인사의 '학력위조' 사건이 터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번 논란이 있다고해서 김 양에게 천재성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어찌됐든 현재 미국에서도 수재들만 들어가는 학교의 학생이란 것만 놓고 봐도
김 양이 우수한 인재라는 점은 이미 입증된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나저나
18살 김 양이 이번 논란으로 자신이 가진 가능성과 자질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게 될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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