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르스 사태 잇단 쓴소리… ‘朴대통령 방미연기’ 소신발언도
‘종북 킬러’.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별명이다. 19대 총선을 통해 정치권에 들어온 그는 같은 당 김진태 의원과 함께 그렇게 불린다. 대북 관련 현안이나 국내 좌우 갈등이 있을 때마다 목소리를 높여 왔기 때문이다. 친북·종북 세력의 입장에서는 최대의 적이다.
하 의원은 사실 ‘친북’에서 ‘보수’로 전향한 케이스다. 이렇게 전향한 사람일수록 성향을 더욱 세게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부산 출신인 그는 서울대 물리학과 재학 시절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조국통일위원회 간부를 지낸 민족해방(NL)계 학생운동권에 몸담았다. 1989년과 1991년 투옥됐다가 1993년 석방된 이후 고(故) 문익환 목사가 주도하던 ‘통일맞이’ 단체에서 통일 운동을 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접한 후 북한 인권운동가로 길을 바꾼다. 이후 지난 2012년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아 부산 해운대구 기장을에서 당선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 북한인권 및 탈북자·납북자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그가 ‘종북 킬러’ 본능을 제대로 드러내기 시작한 건 지난해 6월 통합진보당 옛 당권파 인사들의 종북 논란이 있었을 때다. 과거 NL 출신의 경험을 살려 통진당의 모순을 바로잡고 해산시키는 데 앞장섰다.
그는 “인적 리더십에서도 민주노동당 이석기와 비밀혁명조직(RO) 세력이 지하에 있다가 통합진보당으로 지상에 올라 왔다”면서 “통합진보당의 위헌성이 더 강화됐으면 강화됐지 약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폭력 혁명 및 무장투쟁 전면 항쟁 노선, 한국사회를 식민지적 사회로 보는 인식, 사회주의 통일 지향 등을 고려할 때 통합진보당의 해산이 가능하다는 논리로 여론을 설득했다.
종북몰이에 나서다 보니 갖은 협박에 시달린 적도 적지 않다. 2013년 12월에는 종북세력으로부터 이른바 ‘식칼 협박’을 당하기도 했다. 지역구 사무실에 식칼 2자루와 함께 협박문서가 배달됐다. 식칼에는 각각 ‘하태경’ ‘곧 죽는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문서에는 “시궁창 같은 더러운 주둥이를 함부로 놀려 민족의 존엄에 도전하는 하태경 네놈에게 천벌이 내릴 것이다”는 내용이 자필로 적혀 있었다. 발신처는 ‘민족반역자처단투쟁위원회’로 돼 있었다. 종북을 비판하고 북한이 ‘최고 존엄’이라고 칭하는 김정은의 체제를 비판해 온 데 따른 보복성 경고였다. 하 의원은 그동안 김정은을 ‘아수라백작’ ‘마리 앙투아네트’ 등에 비유하며 북한의 폐쇄적 정권을 비판하고 북한인권 보호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의 또 다른 별명은 ‘독설가’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당직자는 “하태경 의원을 보면 옛날 전여옥 의원이 생각난다”고 했다. 전여옥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은 현역 시절 당 대변인을 지내면서 ‘독설 논평’으로 악명이 높았다.
하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는 16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4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한 것을 지적하며 “이번에 메르스 대응을 보면 나라 전체가 봉숭아학당”이라며 “늑장 정부에 은폐 삼성, 박원순 시장은 ‘똥볼 원순’”이라고 힐난했다. 또한 박 시장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35번 환자와 재건축조합 총회에 같이 참석했던 1565명을 전원 격리했지만 감염자가 나오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완전히 엉뚱한 곳에 ‘똥볼’을 찬 것”이라고 했다.
작년 12월에는 자신이 간사로 있는 당 소속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 회의에서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을 향해 “김정은 정권의 십상시 같은 역할을 해온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해 7월 재·보궐선거가 끝나고 나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선거 결과 새정치에 대한 혐오증이 확산돼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안철수와 함께 도매금으로 넘어갈까 우려된다. 안철수는 애초에 새정치가 아니라 무개념정치, 무정치였다”고 신랄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독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상대가 대통령이라도 몸을 사리지 않는 소신 발언만큼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크다.
일례로 최근 메르스 사태가 확산되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14일로 예정됐던 미국 방문을 전격 연기한 적이 있다. 청와대는 애초 방미를 고집했고, 여기에 토를 다는 새누리당 의원은 아무도 없었다.
이때 하 의원이 당내에서 유일하게 총대를 메고 박 대통령의 방미 연기를 요구했다. 그는 “대통령께선 국내에서 메르스를 퇴치하는 데 적극적으로 앞장서려는 의지를 보여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이 방미를 전격 연기한 건 여론이 생각 이상으로 악화된 측면 때문이었지만, 하 의원처럼 같은 편에서도 이런 요구가 나왔다는 점 역시 분명히 반영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청 간 조율되지 않은 하 의원의 이런 행동에 다소 불만을 표하면서도 “본분에 충실하고 일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