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예상보다 크고 속도있게…LTV·DTI 규제, 종국엔 폐지”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은 한국경제가 ‘구조적 위기’에 봉착했다고 진단하고, 단기적으로는 금리인하에 이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재정지출 확대, 장기적으로는 구조개혁과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정경제부 차관 등을 역임한 경제관료 출신인 김 의원은 18일 의원회관에서 가진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과거와 달리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위기로 추경과 금리인하라는 대증요법과 함께 우리 경제를 살릴 골든타임인 2016년까지 4대 구조개혁, 규제개혁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추경에 대해선 “생각보다 큰 규모로 선제적으로 편성해 스피드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했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조치를 두고는 “당분간은 완화된 규제 수준을 유지하되 종국적으로는 규제를 없애야 한다. 주택정책은 수급조절과 가격조절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의원은 다음달 취임 1주년을 맞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에 대해선 “타율이 형편없는 야구팀의 구원투수로 충분한 역할을 했다”며 “상황마다 다양한 변화구를 던져 전임 투수들보다는 백배 낫다”고 후한 점수를 주기도 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갈수록 내리막이다. 한국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데, 위기의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경제가 진짜 어렵다. 1962년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서 시작해서 1974년에 북한을 따라잡고 오일쇼크 겪고 근대화해 오는 과정에서는 우리가 헐벗었더라도 열심히만 하면 됐다. 1997년 IMF 위기,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까지도 확 쏟아붓는 소나기와 같았기 때문에 바깥 옷은 젖었어도 속옷까진 덜 젖었다. 이때는 금리를 낮추고 추가경정예산 편성해서 재정을 풀고 규제개혁하고 국민과 소통하면 비를 피하고 옷을 말릴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위기라 속옷에 속살까지 다 젖은 형국이다. 추경하고 금리를 낮춰도 반짝 옷을 말릴 수 있지만 비가 계속 오니 금방 또 젖는다.
결국 구조적인 문제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버티고 있는 한계기업들은 물론이고 후세대에 부담을 주는 사학연금, 군인연금, 국민연금 모두 손대야 하는 줄 알면서도 손대지 못하고 있다. ‘개혁은 하되 내 것은 안하거나 나중에 하라’는 분위기가 있다. 경제 3주체를 봐도 전부 엉망이다. 가계는 부채가 1100조원 육박하는데 소득은 정체돼 있고, 기업은 우리가 1등했던 조선, 자동차, 철강과 같은 장사가 예전만큼 안 되고, 정부는 세금이 들어오지 않으니 채권 발행해서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생긴다. 여기에 2017년엔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마저 감소한다.
우선 비를 피하려면 금리를 낮추고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하지만, 이건 대증요법이다. 장기적으론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 규제개혁도 병행해야 한다.”
△정부에선 이달 말쯤 추경 편성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데, 추경 편성에 있어 고려해야 할 점은.
“추경엔 3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우선 규모는 생각보다 크게, 그리고 선제적으로 편성하고, 집행은 스피드하게 해야 한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여파를 보고 하자고 해선 안되고, 찔끔하지도 말아야 한다. 국회에서도 승인을 빨리 해줘 추진 속도를 내야 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추경 편성 권한은 정부에 있고 승인은 국회에서 해줘야 하는데, 정부는 지금 내년 예산을 짜느라 바쁜 상황이다. 따라서 6월 임시국회에서는 힘들고 7, 8월에는 국회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9월이면 정기국회인데 그때라도 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최근 몇 년간 예산 편성이 되면 상반기 중에 55% 정도를 조기집행하다 보니 하반기엔 땔감이 부족해 11~12월은 거의 쓸 돈이 없다. 이걸 메워주는 게 추경이다. 내년 예산과 같이라도 편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추경을 한다면 관광객 감소, 내수침체 등 메르스 사태가 가져온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이유도 있겠다. 추경 외에 메르스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통계를 보니 한해 독감으로 죽는 사람이 2300명이 넘더라. 폐렴은 1만명이 넘고, 신종플루 때도 사망자가 260명이었다. 사실 지난해 세월호 사고 때는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지금 메르스 여파엔 가족 모임까지 미룬다. 내게도 행사 취소 문제가 제일 많이 온다. 여파가 오래 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럴 때일수록 사회지도층이 전면에 나서서 불안감에 행사를 취소하는 일 등은 막아줘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동대문 시장을 가고 우리 당 김무성 대표가 돼지국밥집 가고 하듯이 말이다. 8월 말까지 여파가 가면 경제성장률이 1.31%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한국경제연구원은 전망하는데, 모건스탠리에서 보듯 6월 말 현재로 0.15%포인트 감소 정도로 끝을 내야 한다.
대신 대형병원에서 터져나온 안전불감 사고는 돈이 억만금이 들어도 방지 대책과 시스템, 매뉴얼을 만들고 홍보하고 알려줘야 한다. 추경을 하자마자 서둘러야 할 점이다. 또 메르스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일자리에 복귀하고 다시 장사할 수 있도록 지원을 흠뻑 해줘야 한다.”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세수 부족 사태도 걱정 거리다. 세수난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금년 4월까지의 통계를 보니 세수진도가 10조9000억원 정도 세금이 덜 걷혔던 전년도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금년도 또 어렵다는 얘기다.
먼저 편성된 예산을 구조조정해야 한다. 사업경비를 줄이고 해외출장, 회식 같은 것도 줄이고 진도율이 낮은 사업은 하지 말아야 한다. 공제제도도 가급적 줄여나가야 한다. 대기업에 대해 적용하고 있는 비과세 감면을 일몰도래하는 순서대로 다 없애면 최대 5조원 규모의 재원이 마련될 수 있다.
다음으로는 국채 발행하는 방법이 있고, 그러고도 안되면 세금을 건드리는 것이다. 세금 문제에서 증세의 가장 확실한 효과가 나는 건 부가가치세 인상이다. 현재 부가세율이 10%로 1년 60조원 정도 되는데, 11%로만 올려도 66조원이다. 하지만 이건 통일 재원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게 학계의 공통적인 견해다.
소득세의 경우 우리가 OECD 전체로 보면 너무 적게 내고 있어 올릴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이건 정권을 놓칠 각오를 해야 가능하다. 국내외 선거사가 증명하고 있잖나. 우리나라에선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했다가 이후 지방선거 등 모든 선거에서 참패하고 정권을 놓쳤다. 일본도 2012년 소비세를 5%에서 10%로 올리겠다고 발표하고 총선에서 대패하고 정권 뺏겼고, 캐나다에선 보수당이 1991년 연방소비세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고는 2년 뒤 총선에서 169석이 2석이 됐다. 그리고 재집권하는 데 14년이 소요됐다.
야당에서 올리자고 하는 법인세의 경우 OECD 평균보다 높아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다만 증세의 경우라면 소득세는 부담이 크니까 법인세를 놓고 여야간 얘기를 해볼 수 있다. 정치란 타협의 산물이잖나. 유승민 원내대표도 중부담 중복지를 말하면서 법인세도 성역이 아니라고 했으니.”
△금통위가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1.50%로 내렸다. 가계부채 증가 우려 속에 가계부채 총량규제 도입 주장도 나오는데.
“금리인하는 현재로 보면 장점이 단점보다 크다.
가계부채가 1100조원이라고 해도 소득 4, 5분위가 가계부채의 70%를 차지한다. 이자를 내가면서 원금을 분할상환하는 비중도 2012년 말 13.9%에서 올 상반기엔 30%까지 올랐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2012년 0,78%에서 2014년 0.49%, 올해 1분기 0.48%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형편이 나은 사람들이 집을 사고 계획적인 소비를 하고 이자도 갚고 상환도 해나가고 있는 것이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빚내서 먹고 사는 문제까진 아닌 것 같다.
총량규제는 정부에서 발표할 게 아니다. 언제까지 대출이 되고 언제부턴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나. 정부도 도입 반대엔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은 7월 말 종료 예정이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조처를 1년 더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LTV·DTI 규제완화 연장도 적절하다고 보는가.
“노무현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차관할 적에 수급과 가격조절로 부동산을 잡으려 했지만, 그게 돈놓고 돈먹기가 돼버렸다. 그래서 나온 카드가 LTV, DTI 규제였는데 그게 지금까지 주택가격 안정화에 일정한 역할을 해왔다. 당분간은 LTV, DTI 규제 완화 수준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종국적으로는 없애야 한다. 은행 문턱을 높여놓는 건 없애야 한다. 기본적으로 주택정책은 수급조절과 가격조절로 돌아가야 하지, 개인이 돈을 빌리고 선택할 선택권을 제한하는 건 안 맞다.”
△최경환 부총리가 다음달이면 취임 1년을 맞는다. 지난 1년을 평가해달라.
“타율이 형편없는 야구팀의 구원투수로는 충분히 역할을 했다고 본다. 승리투수가 되느냐는 아직 모르겠다. 이제 6회까지 지났다고 보면 상당히 이런저런 변화구 등을 잘 던졌다. 상대 타자들이 세고 날씨도 비가 오려 해서 컨디션 조절이 잘 안되는 측면이 있지만, 앞선 투수들과 비교해 보라. 최경환 부총리는 커브도 던져보고 직구도 던지고 슬라이드도 던지고 상황 상황마다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그 전에 했던 사람들을 보면 언더스로 하나만 계속 던지지 않았나.
그런데 승리투수가 되려면 전체 팀타율도 높아져야 하지만 상대도 중요하다. 상대가 야당인데 경제활성화법을 통과시켜주지 않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의료법 등이 아직 남아있잖나. 최 부총리로선 스트라이크 존이 굉장히 좁은 것이다. 야당은 계속해서 스트라이크 존을 높여서 직구 던져놓게 해놓고 안타 맞으면 물러나라 하는데, 전임 투수보단 백배 낫다고 본다. (회의장 등에서) 마이크 잡으면 잘못했다는 말은 안하고 야당 의원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건 잘 모르겠지만.(웃음) 그래도 야당 의원들과 저녁에 술도 한잔하고 소통하는 건 역시 정치인 출신 부총리가 낫더라.”
△당 규제개혁분과위원장으로서 대표발의한 규제개혁특별법안을 소개해달라. 또한 야당 반대에 대한 입장도 전해달라.
“공무원연금제도 개선 다음으로 할 게 공기업 구조개혁과 규제개혁이다. 우리 22명의 민간위원과 12명의 의원이 6개월간 작업해 내놓은 규제개혁특별법은 규제개혁위원회의 권한을 굉장히 강화시켜주는 내용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람이 바뀌는 것을 막고 연구기관도 만들어 주고, 행정부만이 아니라 입법, 사법, 행정, 지방자치단체를 다 규제개혁 대상으로 넣자는 게 골자다. 단 이들 기관에 대해서는 개혁해야 할 사안을 공개만 할 뿐 명령이나 지시는 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하도록 했다.
규제개혁엔 여야가 다 찬성이니, 야당도 이 내용을 상세히 안다면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정무위 소관 법안이지만 당 대표들이 붙잡고 협상하면 가능하지 않겠나. 19대 국회에서 통과되리라 본다.”
△끝으로 우리 경제 도약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2016년이 골든타임이다. 2017년 대선 정국이 되면 규제개혁 등은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단기적으로는 재정, 금융정책으로 재정확장 노력을 단계적으로 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 할 것은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4대 구조개혁, 규제개혁, 그리고 창조경제 실현이다.”